메시지가 왔습니다
조피 크라머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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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대한 기본 지식도 없이 너무 어린 나이에 처음 접한 <독일인의 사랑>이 떠올랐다. 다른 작품이 안 떠오를 만큼 독일 러브스토리란 드물게 경험하였다. 그래서 더 궁금하고 기대가 컸다.

 

원제 SMS fur dich는 역시나 가감 없는 팩트 전달 독일식(?)’이라 죽도록 피곤한데도 덕분에 크게 웃었다. 2009년 출간이라니 오랜 시간이 지나 중요한 메시지가 내게 도착한 듯 기분 좋은 상상도 더해보았다.

 

SMS에는 한동안은 소통하자는 연락이 대세이더니, 요즘은 공격적인aggressive한 스팸들이 이웃추가와 팔로우로 북적인다. 할 수 있는 것을 다해도 완전한 방어나 근절은 불가능하다.

 

염증厭症(진저리)이 나는 현실이라서, 오류로 인해 이런 메시지를 만나게 되는 작품 속 인물들이 부러웠다. 스팸에 비하자면 낙원이나 천국처럼 로맨틱하고 감동적이다. 행복하게 받고 읽고 답장도 보낼 수 있겠다.

 

원칙, 규칙, 질서, 확인, 문서작업, 무오류 지향을 가장 잘 체화한 이미지의 독일 사회에서, 기발하게도 오류를 계기로 문자가 전달되고 사랑이 봄꽃처럼 다시 피어나는 반란과도 같은 짜릿한 문학이다.

 

뭔가가 바뀌어야 다시 삶의 활기를 느낄 수 있을 텐데라고 스벤은 생각했다.”

 

예측이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예언이 넘치는 시절이지만, 예측할 수 없이 방향을 바꾸기도 하는 무엇이 누군가를 살게 하고 설레게 하는 예측 불가가 좋다. 숨 쉬기 좋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 듯하다.

 

누군가가 자신을 무방비로 내보이며 깊은 진심을 보인 것에 대해 무례하지 않게, 이용할 생각 없이, 진지하게 헤아려보는 그런 인간관계...는 어느 시대에도 장소에서도 귀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름다운 독문학자 전영애 교수의 다큐를 보다가, 사랑은 그냥 인간이 생각한 최고의 것에다가 붙인 이름이에요. 사랑을 정의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셔서 심장에서 밀어올린 듯 꽤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내 세대는 영화 접속을 쉽게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영화화된다니 영상의 분위기와 흐름은 어떨지 무척 기대된다. 읽고 나니 피로감이 덜하다.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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