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룡소 이야기 죽어도 좋아!
이용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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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만 하려고 했는데 포토 에세이라 자꾸 넘겨보게 되었다. 이미지가 지겨워지면 그만 보게 될까 했는데, 글이 재밌어 끝까지 보았다. 모르는 것 투성이다. 수많은 재미난 것들을 모르고 살다 죽을 거라 생각하니 아쉽다. 문득 또 오래 살고 싶어지네.

 

비룡소라는 이름의 마을이 있는지 몰랐다. 전래 동화 속 용이나 이무기가 사는 못 같이 들렸는데. 충북 보은 비룡소에서 살았던 저자의 이야기가 내 경험이 아님에도 그리운 느낌이 가득하고 많이 부러웠다.

 

풍성한 책처럼, 자연처럼 저자의 이력도 그렇다. 덕분에 책으로 만나는 알쓸인잡처럼 재밌었다. 저자는 청려장’*을 기대한다는데 나는 그 절반도 못 살고 여기저기 무너져 내리니 어째야할까.

 

* 매년 100세가 된 이에게 102일 노인의 날에 청려장이라는 지팡이를 국가에서 선물한다.


 

고풍스런 지팡이를 사본 적이 없어서 재료가 명아주인 걸 몰랐다. 풀인줄 알았는데 나무 지팡이가 될 만큼 크는 구나, 삶아서 쓰는 구나, 옻칠을 하는 구나, 여러 가지를 배웠다. 명아주 풀 한 포기를 집에 데려오고 싶지만 참자.

 

내가 배운 환경 상식으로는 침엽수보다 활엽수가 유익한데, 예전에 한반도에 살았던 이들은 내 짐작보다 소나무와 삶과 죽음이 밀착되어 있다. 딸이 태어나 심은 오동나무로 장롱해준단 얘기도 아들 태어나 심은 소나무로 관을 해준단 얘기도 처음처럼 다시 읽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목련을 심은 아버지는 왜... 결혼도 하지 말고 죽지도 말란 뜻...? 죽으면서도 나무를 베는 일이 미안하지만, 평생 본 나무 안에 누워 잠드는 것도 참 좋구나. 소나무로 다시 태어날 것도 같고.


 

그리고 갈등葛藤(칡 갈, 등나무 등) 예전에 알았는데 다 잊었네. 라일락이랑 비슷한 등나무꽃, 특이하게 흙맛 나는 칡즙 잘 마시던 젊을 적의 나. 눈에 띠면 좋아라 사마셨다. 정말 흙맛인데 늘 기분이 좋아졌다. 이유는 모르지만.


 

봄이 되면 내가 좋아하는 어느 산책 루트에는 하루살이들이 웅웅 거리기도 한다. 마스크를 하니 코 안으로는 이제 들어오진 않지만, 예전에는 무척 불편한 날들도 있었다. 피해서 다른 곳으로 가면 되는 일이라 미워하진 않았다.

 

관심이 적어서 알아볼 생각은 못했는데, 수질 오염에 민감한 생물종이라고 하니, 하루살이가 사는 곳은 그래도 살만한 곳이다. 지자체나 정부에서 하루살이를 퇴치혹은 제거하기 위해 화학약품을 사용하는 줄 몰랐다.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위험하고 어리석은 짓이다. 약품 만들고 거래하면서 수익 계산서는 남겠지만, 그렇게 꼼꼼하게 이익만 찾아서 공기도 물도 흙도 식재료도 다 엉망으로 유해하다. 재밌고 느긋한 구경 끝에 우울하네.


 

자연의 천변만화처럼 다채로웠다. 백두산을 경험하고 기록하신 일 년의 경험은 무척 부럽고 덕분에 산림치유학이란 분야도 알게 되어 내 노후 계획 후보로도 넣어둔다. 고마운 하루 마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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