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을 돌리다가 - SF 보는 법, 읽는 법, 만드는 법
곽재식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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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날씨가 변덕스럽다고는 하지만, 인간은 옷도 난방 연료도 있으니 어떻게 버틸 것이다. 그 외 모든 다른 생명들이 걱정이 되는 찬 공기 하강기류다. 피로 핑계 대고 게으르기 좋은 목요일, 집에서 볼 수 있는 영화가 맞춤이다.



파벨만스(The Fablemans) : 왓챠 영화

 

오늘 본 영화는 해당 장르라 할 순 없지만, SF 영화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감독은 이 책을 펼치라고 손을 잡아끈다. 제목을 보니 어릴 적 탁, , , 돌리던 TV채널 느낌이 생생하다. 치이이익... 사이 몇 개 없었던 화면들.

 

재밌는 이야기를 재밌게 하는 걸 좋아하는 작가는 글도 그러하다. 부담도 지루함도 없는 재밌는 이야기를 계속 즐기다보면 페이지가 줄어들고 후련함 대신 아쉬움이 커진다. SF 문학과 영화 모두의 오랜 팬인 나는 읽기를 아낄 수도 멈출 수도 없는 딜레마 경험.


 

고전 영화들 중에는 아직도(?) 안 본 작품이 있다. 근래 SF가 상상력보다 이론의 구현에 더 집중하는 듯도 해서(상상의 여지가 많이 줄었기 때문일까) 조금 지친 나는 예전 기억을 떠올리는 일이 반가웠다.


 

SF 영화가 그리는 디스토피아가 현실이 될까봐 무섭지는 않다. 문화 예술이 전하는 경고를 무시할까봐 겁난다. 책에 빠져 현실을 잊고 싶은데 요즘은 계속 실패다. 누가 끄집어내는 것처럼 너무 빨리 너무 자주 현실 귀환.

 

나는 그런 실패한 영화 속에서도 처음에는 뭔가 잘해보려고 했던 야심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그게 어쩌다 실패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고 추측하는 데 관심이 있었다. '이 영화는 이런 장면을 찍어보려고 출발했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대충 찍다 보니까 엉성해져서 망했구나.' 그런 추측을 하면서 못 만든 영화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 괴상한 결과물 사이에서 엿보이는 노력이라든가, 애환을 지켜보는 것이 좋았다. 그러다 참신한 것을 만들어 보겠다는 발상과 실패해서 잘못 돌아가는 현실이 뒤엉켜 전혀 상상하기 힘든 엉뚱하고 황당한 장면이 튀어나올 때가 가끔 있었다. 그런 장면을 발견하게 되면 정말로 즐거웠다.”

 

이 문단을 읽고 나서 무척 느긋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졸리기 전에 눕지 말라고, 잠을 자려고 애쓰지 말라는 등등 의사의 조언을 모두 무시하고 등을 대고 누워 보았다. 실수와 실패를 어떻게든 피하며 사는 매일이 지겹고 지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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