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는 맛 2 - 오늘도 열심히 살아낸 나를 위한 만찬 요즘 사는 맛 2
고수리 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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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고 기쁘고 살맛나는 일들이 많지 않기도 하고, 노화로 감각이 사라지는 이유도 있고, 여러 복잡한 심리적인 원인도 있었는지(다이어트, 미모 고민 아님 주의!), 도무지 입맛이 없어 식사가 고역인 시간이 짧지 않았다.

 

먹기 위해 산다주의자는 아니지만, 건강관리(특히 혈당)과 에너지 보충의 문제는 여전하니 억지로 씹고 삼키는 일이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 와중에도 엄청 맛있다고 느낀, 순간 감각이 터진 듯한 비건파스타는 두 번 먹었다.

 

그리고 지난 주 슬쩍 생각이 나더니 사라지지 않고 집착이 된 특정 음식에 대한 욕구가 며칠이나 이어졌다. 지금은 다행히 잠잠하다. 주에너지 공급원인 탄수화물과 어쩌면 부족했을 염분, 거기에 추억 몇 스푼(아마도).

 

일 년에 두세 번도 가던, 매년 한 달간 머무르던 하이델베르크에서 굵은 소금은 적당히 툭툭 털어내고 먹던 프레첼(과자 아니고 빵), 막 구워 나온 향과 식감과 맛이 너무 생생하게 뇌에 침투했다.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지내다 참을 이유가 뭐 있나 먹기 시작했다. 원하던 그것은 아니어도 행복감이 위가 아닌 심장에 서서히 번지는 느낌이었다. 눈물 젖은 빵 먹게 될까 꾹 참고 넘겼다.




먹는 일이 즐거움만이 아니게 된 것은 오래 되었다. 나는 계산적인(?) 사람이라서, 플라스틱에 담긴 요거트를 맛보는 일은 쾌락보다 괴로움이 훨씬 더 크다. 그런 식으로 계산하고 포기한 것은 아주 많다. 한동안은 길티 플레저란 변명으로 콜라를 일 년에 한두 번 마시기도 했는데, 다행히 그만 둘 수 있었다.

 

인간은 먹는 것만으로도 기후를 변화시켰다. 식재료도 포장도 너무 유해하지 않은 방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미 벌어진 일을 어쩔 수 없지만 서글프다. 모르고 즐겼던 시간들이 함께 한 이들 덕분에 여전히 그리운 추억으로 떠오르는 것도 슬프다.

 

<이대로면 '먹는 것'만 해도 지구 기온 1상승>

https://www.newspenguin.com/news/articleView.html?idxno=13634

 

음식을 만나고 나누는 일이 이런 기분이 들게 하면 안 되는 건데... 생명을 이어나가는 안심이 되고 기쁘고 행복한 경험이어야 하는데...

 

잘한 일도 없는데 운만은 아주 좋아서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나는 거의 포기한 희망을 오늘 말고 내일! 이라고 매일 유예하며 실천하는 놀라운 분들. 그분들을 믿고 나도 막 살아버릴까, 비뚤어져 버릴 테다, 싶은 시간을 미룬다.


 

그러니까... 이 글은 지금까지 내용은 이래도 일기가 아니다. 여러 작가들이 먹고 산소중한 추억들을 즐겁게 방문하며 실컷 위로 받고 부러워하다 쓴 어쨌든 감상문이(라고 우겨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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