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사랑은 분명 살아남을 거라 믿으며

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래빗홀’로 들어가면 다른 세계에 도착한다(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한국 장르 소설을 다루는 새로운 브랜드의 첫 번째 래빗홀로 들어가니 과격한(?) 수중세계가 펼쳐진다.

“우리 모두 바다에서 만나는 거야.”

바다를 사랑하고 육지생물로 진화가 아쉽다는 얘기를 자주 했던지라 드디어 인류가 수중에서 거주 가능한 존재가 되었나 반갑지만, 스스로 초래한 기후격변으로 ‘모든’ 육지가 바다에 잠기는 설정은 상상만이 아니라서 좀 두려웠다.

“온 세상이 바다로 가득했다.”

멀고 먼 미래일까, 오지 않을 미래일까. 그런 환경에서도 인류는 정말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경험과 반성으로 개선된 세계일까, 지옥도일까. 재미난 일러스트 표지와 인상적인 제목을 보며 걱정스런 생각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얼음이 녹아 육지가 잠기고, 얼음 속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은 멸망의 길에 놓인다. 절망 속에서도 서로를 사랑하는 인간이 있고, 해양 동물들과 소통하며 지내는 인간이 있다. 육지동물은 없다. 인간이 초래한 대재난에서 인간만 살아남았다.

어떤 장면에서는 현실의 미래에도 분명 희망과 사랑이 살아남을 거라고 믿고 싶었다. 물론 못지않게 이기적인 인간도 존재하고 지독하게 파괴적인 모습도 본다. 그래서 오히려 인류사라는 드라마의 건재를 느낀다. 쉽게 변하지 않겠지만 인간다운 미래가 가능할 거라는 조금은 모순적인 기대감.

재밌지만 가볍지 않다. 잠시 현생을 잊기 위해 문학을 탐독하기도 하지만, 현재와 현실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잊지 않고 전하는 것도 문학이다. 판타지 혹은 환상 문학에서 몰입의 기쁨과 진지한 생각의 단초 양득이라 더 좋다.

완전히 다른 지구를 상상하고 인류의 생존을 고민하는 구상을 한 작가가 대단하다. 연작인데 분량이 아쉽다. 더 읽고 싶다. 더 많은 사랑을 증거처럼 모으고 싶은 불안인지도.

“사랑해 파랑아. 사랑한단다 아가야.”

거의 모든 지구생명체들이 태어난 곳이고 멸종의 브레이크이자 대멸종 이후 새로운 시작의 유일한 가능성은 ‘바다’다. 바다 생태계가 희망과 사랑이다. 내가 평생 느끼는 깊은 그리움도 태초부터 비롯된 것이다.

“나도 언젠가 바다의 일부가 될 테니, 그 전까지는 바다를 더 자유롭게 만들고 싶었다.”

바닷가 쓰레기와 바닷속 쓰레기들에 놀라고 미안하고 무서워서 못 간 지 오래다. 무척 가고 싶다. 바다를 닮았지만 다른 오늘 하늘 풍경, 육지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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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장르 소설 - SF,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 등 - 새 브랜드 ‘래빗홀’에서 출간될, 다음 작품들 라인업 - 정보라(저주토끼 개정판), 전건우, 송시우, 배명훈 등 - 에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