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모욕하는 걸작들
한승혜 외 지음 / 문예출판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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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성별, 국적, 인종, 연령이 어떤 장르에서 줄곧비난 받고 모욕당하는 캐릭터만 배정 받는다면 우연일 수는 없다. 의도와 의지가 있는 것이고, 주체를 움직이는 이데올로기가 있다.

 

자유와 아름다움이 타자를 모욕하며 형성되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구속이며 추함이다.”


 

문학 고전에서, 이 책에서 저자들이 대상으로 삼은 걸작에서도 여성들의 역할(?)은 악녀, 속물, 거짓말쟁이, 정신질환자, 마녀 등이다. 호칭이 명랑하게 들리는 경우 - 말괄량이 - 에도 함의는 지독하다.


 

여성작가들이 고통스러운 삶을 산 내용과 비극적으로 끝낸 방식은 자극적으로 인용된다. 천재의 우울과 예술가의 광기로 해석된 결과일까. 혹은 지성이 부재하다고 여겨진 여성의 광기로 수용된 것일까.


 

현실에서 지속적으로 명백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예술적 성취만은 분리해서 찬양받아야한다고 비호 받는 남성 창작자들/제작자들의 섬세하게 배려 받는 삶을 생각하면 입맛이 쓰다 못해 역하다.

 

“‘생계부양자 남성개념은 계급이라는 중요한 사회적 모순을 배제한 무지다. 인종, 계급, 식민 지배, 장애 등으로 경제력이 없는 대다수 남성은 생계부양자가 될 수 없다. 많은 가난한 남성이 그들을 지배하는 남성(일제, 부자, 미국……)과 자신이 의존하고 있는 여성 모두에게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전자의 경우 계급투쟁으로, 후자의 경우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의 연대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읽지 않은 고전 걸작도 있고 재밌게 읽은 작품들도 있다. 36일부터 한편씩 읽었는데 시선의 깊이를 따라 사유하기에는 지식과 이해가 많이 모자란다. 함께 읽어야 할 책을 혼자 읽는 시간은 꽤나 큰 실수처럼 아쉽다.

 

고등학생 독자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 내 주변 한정 주의! - 어떤 고전문학들을 읽고 몹시 불편했던 기분을 이 책을 통해 언어로 정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기쁘다. 답답함이 얼마간 해소되는 건 고마운 일이다.


 

새해의 우울과 심약함을 과한 전집 구매로 풀었다. 반성을 깊이하고 7월까지 책 구매 중단을 결심했는데, 김기영 선생의 번역으로 출간된 <메데이아>를 구입해서 일독해야겠다. 어쩌다 그리스 3대 비극작가 작품을 다 읽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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