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별이 되다
곡효여.김성중 지음 / 좋은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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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최소한 선량한 차별주의자다. 몇 해 전이라면 발끈했겠지만,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읽고 수긍하였다. 본문에 들어가기도 전에 서문에서 지적당했다. 선택 장애, 결정 장애 같은 표현을 쓰던 시절이었다.

 

그 외에도 차별주의적 표현을 모르고 쓰는 경우는 여전히 많을 것이다. 단어만이라도 기회가 될 때마다 배우긴 하는데 자꾸 잊는다. 암기력은 좋았던 적이 없다. 언어는 사유이니 그런 단어를 쓰는 한 나는 차별주의자일 밖에.

 

어릴 적엔 친구사귀는 게 어려웠다. 친구가 없었다는 게 아니라 더 근본적으로 어떻게 사귀는 건지 친구란 무엇인지 개념이 잡히지 않았다. 내 친구들은 이런 나를 긍휼히 여겨 이제껏 참아주는 선량한 이들이다.

 

아주 운이 좋은 편이라 좋은 사람들을 수없이 만났다. 덕분에 경험한 것에 대해서는 배운 바가 좀 있지만, 여전히 거부감이 강한 편이다. 소수자로 사는 일을 유학기간 동안 절감했지만, 한국에 머물거나 이민 온 이들에 대해 아는 바가 없어 편견도 많다.

 

한국에서 생활하는 중국인 저자의 책을 처음 읽어본다. 중국 작가의 책을 읽는 것과는 아주 다른 경험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그를 통해 한국사회와 나를 만난다. 아주 생생하고 솔직해서 엄청나게 도움이 된다.


 

나는 타국의 날씨를 못 견뎌 도망친 적도 있다. 나에겐 일상인 모든 것이 낯선 저자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한다. 특히 별나게 이상한 자부심과 동일성을 추구하는 한국음식에 적응하는 내용은 눈물겹다. 매운 맛 벅벅이 미안하기도 하다.


 

환율 차가 심한 물가, 언어 문제, ‘한국적인인간관계의 고달픔, 과외, 강의, 더빙 등의 아르바이트의 고단함, 그야말로 고군분투가 이어지는데, 씩씩함을 넘어서는 도전 챔피언이다.


 

모두 녹록치 않은 것들을 다 경험하며, 결혼도 하고, 시댁 밥상도 차린다. 김치도 장인 수준으로 담근다니, ‘원래한국인 능력치를 훌쩍 넘으셨다. 그 능력치에 우리 모두 도달하자는 의미는 아님 주의!


 

가장 인상적인 것은 느긋하게 살면서도 갈수록 강퍅해지는 내 고민과 달리, 저자는 자신의 말대로 익숙한 고향에 사는 듯 사랑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무척이나 너그러운 방식으로 세상과 사람을 본다.


 

내가 좋은 분들을 많나 참 운이 좋았다고 느끼는 것처럼, 저자도 저자를 만난 이들도 서로가 경험한 인간관계를 통해, 다름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인정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며 함께 사는 일이 더 단단하고 풍성해졌을 것이다.

 

막막하고 답답하고 갑갑하고... 요즘 내가 더 자주 하는 말들이고 자주 느끼는 기분이다. 이 책 속에는 막막함을 자신의 힘이 닿는 한 한 겹씩 벗겨내고, 이제 다른 이들을 충분히 위로하고 격려할 삶을 사는 이가 있었다.

 

중국어로 满天星하늘에 가득한 별이자 안개꽃이란 걸 배웠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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