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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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가 쓴 철학책으로 생각했다가 TV 프로그램 프로듀서인 것에 놀라고, 너무 웃겨서(?) 재미있어서 배가 떨리게 웃으며 읽었다. 근력 운동 절실... 그리고 삽화가 엄청나게 좋다. 책을 읽으며 느낀 기분과 각종 웃음소리를 그림으로 다 포착한 듯, 늘 신기한 천재의 세계.

 

일어나니 편두통이 지끈거리는, 매주 고비처럼 느껴지는 목요일, 제목을 상기하며 잘 살아보자고 아침에 읽다가 그대로 가방에 넣고 점심에도 읽고 산책 나가서 가장 한적해 보이는 카페에서 또 읽었다. 푸픕~ 이런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읽게 되니 주의!


 

이 책의 저자가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철학자와 협업하였듯이, 자신의 작품에 담기 위해 철학이든 물리학이든 직접 배우는 연출자의 작품에는 재밌는 레이어들이 있다. 모르고 봐도 재밌어야 하지만, 알고 보면 감탄이 나오는.

 

정좌하고 진지하게 공부하던 때는 내가 배우던 거대하고 멋진 이론들이 일상에 적용하기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 혹은 그 반대로 살면서 드는 작고 잦은 의문과 선택이 그동안 배운 걸 다 동원하도 쉽지 않을 줄 몰랐다. 그 순간을 울지 않고 웃게 해주는 책이라 귀하다.

 

저자가 꼽은 상황들이 내 상황이 아니어도 괜찮다. 딱 맞는 정답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짧은 모든 순간들이 엮어내는 삶이 한 순간에 묵직하게 짓눌러도 그때 주저앉지 말고 차분하게 보고 대응할 사고력이 훈련되어 있으면 된다. 그런 힘은 철학을 사유함으로써 길러진다.

 

우리가 인지하든 그렇지 않든 세상의 거의 모든 일은 어떤 윤리적 요소를 내포한다. (...) 내가 하는 행동은 함께 사는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조금이라도 그들을 생각한다면 온 힘을 다해 최선의 결정을 내릴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표지의 천사와 악마라거나 원제의 ‘perfect’가 너무 강한 표현이라 철학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일면은 역설인 듯 하고, 생각해보면, 우리가 가진 양면 혹은 여러 면의 얼굴은 대면하는 상대에 따라 언제든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도 있다.

 

철학을 이렇게 마음껏 활용해서 하고 싶은 말을 잔뜩 한다는 것은 저자의 지성을 더 돋보이게 한다. 늘 그렇듯 위트란 지적인 행위이다. 무해한 모든 웃음이 그럴 것이다. 궁금해서 찾아본 <굿 플레이스>는 시리즈4까지 나왔다. 넷플릭스 소개글이 책처럼 웃긴다.

 

실컷 웃고 나니 짧고 어려운 질문이 떠오르고, 나는 어떤 대답을 스스로에게 하나 또 막막하다. 초등학생 때 장래희망을 발표하는 시간에, ‘훌륭한 어른이 아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고 한 친구는 역사교육학과로 진학했다. 좋은 어른, 좋은 인간, 좋은 친구로 살고 있다.

 

나는 그런 좋은 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난제에 쩔쩔매며 산다. 그래도 많이 웃고 나니 개미발자국만큼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그런 기분). 자꾸 화가 치미는 순간들이 이어지는 나날이 매일 더 고통스럽다. 확실한 건 하와이안 핏자는 결단코 사절이다.

 

어려운 일이었고, 이런 일은 전부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피곤한 일이다. 특히 2,400년간의 철학 이론으로 무장하고도 여전히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할 때는 더욱 그렇다. 이 순간이 오면 유혹의 목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힌다. (...) 그래서, 이런 것들은 중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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