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에르 드 부아르 10호 Maniere de voir 2023 - 동물, 또 다른 시민 마니에르 드 부아르 Maniere de voir 10
성일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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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코리아로부터 제공받은 도서에 대한 서평입니다>

 

르몽드 출간물들은 프랑스식이라는 장점이 가득하다. 동어반복 같기도 한 이 문장은 철학 교육에 무게를 두고 토론과 논쟁이 일상화된 방식을 출판물을 통해 맛본다는 것이다. 이 글은 풍성한 내용 중 아주 일부만을 기록하고 생각해본 분량이다.

 

어떤 개념어나 단어들은, 관련 주제에 과문한 내 탓이기도 하지만, 꽤나 논쟁적일 표현들도 있다. 질문과 의구심을 갖게 하는 모든 순간이 좋다. 느슨하게 읽던 수동적 독자에서 어리둥절해져서 더 자세히 살펴보려는 학습자로 태도가 바뀌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동물 가족이 늘 있었지만 동물은 인격체, 동물에게 시민권을 주자는 주장에 흔쾌히 동의하기가 힘들었다. 생명체로 존중하고 법적으로 보호한다는 것과는 다른 주장이니까. 망설이다가 혼자 고민해서는 의문을 해결할 수 없다고 느꼈다. 그럴 때는 읽고 배워야한다.

 

인간에게서 동물적인 부분은 무엇이고, 동물에게서 인간적인 부분은 무엇인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인간은 다른 생명체들에게 뭔가 빚지고 있지는 않는가?”

 

야생이라해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그나마 가축화되어 대부분 비참하고 짧은 생을 생존하거나, 인간의 필요에 따라 좌우되는 생사여탈권을 전혀 갖지 못한 존재들이 인간 이외의 동물들인 것만은 분명하다. 감자가 크는데도 100일이 걸리는데 닭은 30일 만에 도축된다.

 

고통은 상쇄되지 않고 가산된다. (...) 어떤 존재든 간에 생명을 가진 다른 존재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혼란스럽고 복잡한 생각을 억지로 가두지 않고, 이 책의 여러 해석을 읽으며 다독이고 정리해보았다. 그 과정이 큰 위안이고 배움이다. 죄책감과 부끄러움과 미안함을 위무하는 인간적인(?) 노력들을 만나는 일도 늘 그렇듯 힘이 되고 희망의 근거가 된다.

 

어쩌면 사물을 인식하는 또 다른 방식이 존재할지 모른다. 동물 대 인간, 선천성 대 후천성, 자연 대 문화, 본능 대 지능이라는 일반적인 구분법은 자의적으로 설정된 것에 불과하다. (...) 우리의 의식 속에 깊이 각인된 어떤 무형의 도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뜨거운 믿음에는 고개를 끄덕이고 싶고, 합리적 논거는 더 잘 이해하고 싶고, 현실적인 변화를 이뤄낸 노력에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고개를 숙인다. 태어나보니 있었던 최초의 반려견, 어릴 적 사진마다 딱 붙어있던 사랑했음이 분명한 가족. 그가 떠나고 한참 후에 펫로스 증후군이란 표현을 배웠지만, 그는 펫도 아니었고 안녕하고 잊을 수 있는 존재도 아니다.


 

채식을 시작한 건 20년도 더 전이고, 비건과 플렉시테리언을 오가고 있다. 동물을 식재료로 생각하지 않는(할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옵션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늘어나는 것이 늦게나마 반갑고 다행이다. 먹을 게 없는 극한 차별의 세월이 길었다.

 

크라우스는 피와 수익 사이에 인과관계(causal nexus)의 존재에 대해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둘 사이에 인관 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매번 소수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수천 명의 사람들이 사지에 내몰리는 것이라 확신했다.”

 

인간의 생명, 존엄성, 권리 침해 문제는 일반적으로 환경, 더 구체적으로는 동물을 멸시하는 현 인류의 태도와 결코 따로 떼어 생각할 수 없다. 사실상 이 두 가지는 비인간화 현상, 더 나아가 인류가 돌입한 자기 파괴의 서로 다른 두 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동물권에 대한 내 생각과 태도는 사적이고 단순한 수준에서 멈춘 채로, 화내는 순간들이 더 많았다. 이 책을 통해 만난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자꾸 잊고 마는 현실은 짐작보다 복잡하다는 팩트를 재기억하며 새롭게 배울 수 있었다. 역시 르몽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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