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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존재 - 몸의 감각을 깨우고 온전히 나를 되찾는
애나벨 스트리츠 지음, 이유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삶도 한번뿐이지만 오늘도 지금도 한번뿐이다. 모든 것이 찰나인 단 한 번. 무서운 진실이지만 그래서 대단한 특권을 누리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인간으로 이 형태로 살아볼 수 있다는 것이. 뭐... 오래 기억은 못 하고 자신을 잘 돌보지 못하는 날도 많다.
걷기에 대한 책에는 저항할 수가 없다. 늘 궁금하고 아는 내용도 반갑고 걷는 사람들도 다 좋다. 'Walkerhood'(만든 단어 주의!)를 느낀다. 걷기란 거의 유일하게 아무런 실망도 실패도 겪지 않은 경험이다. 목은 칼칼하고 눈은 침침하지만 금요일 저녁 걷기란 더 설레는 일이다.
이 책에서는 무려 52가지나 되는 즐겁게 걷는 방법을 알려 주지만 모두 다 따라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방점은 ‘즐겁자’는 것. 걷기를 연구한 자료들이 많고 효과들도 무수하다. 치료, 예방, 억제, 완화 등이 있지만 결과적인 것이다. 가장 좋은 점은 걷는 동안 즐겁다는 것이다.
물론 병이 낫고 건강해지신 분들이 많다는 건 기쁜 일이다. 절박한 이유로 시작하신 모든 분들의 걷기를 간절하게 응원한다. 단지 걷기의 가장 큰 장점들이 업적에 밀쳐지거나 가려지지 않으면 좋겠다. 언제든 걸을 수 있고 ‘얼마나’에 정답이 없다는 것도.
시간을 내어 걷는 것도 좋고 일상 걷기도 좋다. 힘든 출근길에 걸었더니 즐거워졌다는 이야기는 최고. 나는 걸으면 다시 온전한 사람이 되는 즐거운 기분이 든다. 뼈가 제자리에 들어가고 근육이 움직이고 내부기관들이 편하게 작동하는 그런.
더 깊숙하게 들어오는 공기도 반갑고, 움직이는 몸을 떠올려보면 작동하는 수백 개의 부분들이 모두 고맙다.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기에 힘도 하나도 안 들게 느낄 수 있는 건지. 집에 도착할 때의 몸 상태가 가장 가볍고 좋다. 유쾌하니 더 걷고 싶은 매번 아쉬운 순간이다.
아는 게 꽤 많을 거라 건방진 태도로 읽다가 걷기가 유전자도 변화시킨다는 놀라운 내용에 놀랐다. 어느 종이든 개체가 살아생전 경험한 모든 데이터를 후손에게 넘겨주는 것이 또 보편적이니, 그렇게 생각하면 걷기의 좋은 점도 충분히 유전자에 기록할 만하다.
! 분자 경로 활성화, 심장 확장, 근육 강과, 매끈한 동맥 내벽, 혈액 속 당 배출 등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에 대한 정의를 추가하고 싶어진다. Homo ambulo(만든 표현 주의!) 걷는 혹은 산책하는* 인간.
* 두 발로 걷기가 가능한 이들이 있고 불가능한 이들이 있으니, 걷는 인간보다 산책하는 인간이 덜 아프고 덜 슬프다. 장애인들도 즐겁게 산책하고 계획에 따라 원하는 바를 찾고 이루기 위해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즐겁게 걸으며 눈에 띄는 쓰레기 줍는 여생이 소원입니다. 주울 쓰레기가 없으면 더 좋겠... 시간이 없어 운동을 못한다 생각마시고 어디서든 얼마든 좀 더 걸어 보시길 바라고 응원합니다. 걷기 실험을 한 저자와 연구 결과가 걷기만큼 유쾌하고 즐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