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해낼 수 있다
보도 섀퍼 지음, 박성원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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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가감 없이 독일식(?)이라 덕분에 웃었다. 너무 잦은 하소연이 민망하기도 하지만, 올 해는 구하고 찾고 받을 수 있는 모든 도움이 필요하다. 조금 나아지다 다시 푹 주저앉는 반복이라 겨우 삶을 부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자기계발서인가 소설인가. 본문 첫 장 첫 문장을 읽고 다시 표지 보고 서문도 보았다. 자기계발서에 주인공이 등장하는 극화된 서사라니. 진지하게 정좌하고 완독을 향한 의지를 태울 필요가 없어졌다. 잘 읽힌다.


 

차라리 극적 사건이라도 일어나면 심신이 번쩍 힘을 내지 않을까 싶게 침잠한 기분을 좀체 끌어올릴 수 없어 조바심이 난다. 한편 외부 상황은 매일 사건사고에 글로벌한 위기, 갈등, 천재지변이라 마주할 때마다 어질어질하고 혼란스럽다.

 

내가 원하는 것이 내 루틴을 깰 변화인지, 방해 받지 않을 안전인지 매일 모르겠다. 남의 상황, 다른 환경인데 내 상황에 맞춤한 문장이 나올 듯해 기대되고 초조했다. 간명한 정답과 가이드보다 사유의 시간을 거쳐 끄덕이는 인문서일 듯해서 더 그런지도.

 

자아라는 것이 실재하는지 그런 무서운 질문도 있지만, 어쨌든 지금 이 형태로 부여된 삶을 살아가는 나라는 자()의식*이 흐려지는 건 힘이 든다. 공감하고 소통하자는 태도를 숨기지 않는 저자의 말 걸기에 여기저기가 뜨끔거린다.

 

* 자기의식 : Selbstbewußtsein, self-consciousness

 

자기의식은 다른 어떤 것도 다 그렇듯이 단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고 변증법적 3분법에 따라서 자기 확신의 진리 자기의식의 자립성과 비자립성 자기의식의 자유라는 삼단계를 걸쳐 완성되는 것이다.” 헤겔 [서울대학교 철학사상연구소]

 

대체로 책의 문장들은 삶보다 명료하고 날카롭고 거침이 없다. 현실은 한 눈에 파악하기 어렵게 복잡하거나 뭘 봐야할지 알 수 없게 공허한 경우도 많다. 이 책도 분명 명확하게 제안해주는 해결책들에 그 매력이 있다. 결국 활용여부는 독자 각자의 문제라는 걸 기억한다 해도.

 

자네가 어떤 사람에게 내재하는 무언가를 알아보고 인정해주면 그것은 생명을 얻고 현실이 된다네. (...) 그러므로 우리는 마치 피그말리온이 갈라테이아를 바라보듯이 우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주는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까이 지내야 해. 우리는 우리 안의 선한 것들을 깨워 일으켜주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그들과 함께 지내야 해. 그러면 우리 안의 아름답고 선한 것들이 깨어나 발현된다네.”

 

주인공 카를은 마크라는 변수, 기회, 계기, 자극을 만나 변화해나가는데 성공한다. 온통 물음표들로 채워진 생각이 하나둘 느낌표로 바뀌는 과정이 순조롭다. 한국 문화에서는 그리 격려하지도 동기 부여도 하지 않았던 자의식을 단단히 갖춘 인물이다.


 

삶의 순도와 밀도를 가능한 높이고 싶었던 시절에는 나도 조밀稠密*하게 계획을 세웠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닌지라 번번이 어긋났다. 문제는 타인을 탓하고 원망하는 감정이 커지는 것이었다. 그래서 분초 단위가 아닌 느슨한 계획표로 바꾸었다.

 

* 새로 만난 단어 : 돌려막기 하는 얼마 안 되는 내 어휘들에 지치고 질린 지라 무척 기뻐서 막 써보려는 결심.

 

문제는 다른 변수나 이유였겠지만, 그다지 단단한 사람은 못 되고 완고하고 경직되는 중이다. 근래에 재미로 하긴 했지만 이런저런 테스트 결과가 거의 다 비슷해서 이것저것 반성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가능한 허위를 버리고 진짜로 채우며 살고 싶다.

 

그래서 고민이 길어진다는 게 변명인지 이유인지 모르겠는 상태가 문제이지만. 변화가 필요하지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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