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이해인 수녀님 시를 읽는 오랜 의식이 있다. 잠시라도 거칠고 뜨거운 것과 멀어져 속쓰림 같은 감정에서 벗어나 쉬기 위한 시간이다. 궁금한 분들 소식을 찾다 아름다운 사진들을 보았다. 저 카드가 무엇일까 궁금해하다 나도 선물 받은 카드를 꺼내보았다.
카드만 있고 읽을 줄은 모른다. 그래도 펼쳐 본다. 한 장 뒤집어보니 힘strength가 나왔다. 그래 힘을 내자, 힘을 모으자, 라고 생각하는 건 넘 일차원적이지만, 힘이 필요하다. 카드가 나온 김에 해당 페이지를 펼쳐 본다.
힘 : 심장, 영성, 연민, 인류애, 인내 의지력, 정신력, 활력, 강인함, 담대함, 정보나 지식의 힘...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해당하는 단어들이 모두 아쉬운 것들이다. 부족해서 좀 더 채웠으면 하는 것들.
카드들의 조합은 더 어려워서 잘 모르겠지만, 관련 메시지에 적힌 단어들도 마음이 든다. 결심, 용기,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분노를 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그러니까 사람들을 약하게 만드는, 지치게 하는, 힘을 잃게 하는 것들을 역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계산을 잘 하면서, 에너지 낭비가 심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일상을 좀 더 바꾸고 싶다. 너무 어리석고 미련하게 느껴지니 꼭.
타로도 점성술도 기타 등등 수많은 방식의 고안물들이 단지 운세를 점치는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기엔 너무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개념어들을 사용한다. 어쩌면 바쁘고 피상적인 활동에서 잠시 쉬면서 문명과 삶의 근본에 대해 생각하기 위해 돕는 기구들이 아닐까 한다.
이만한 과학지식과 정보접근성을 가지고도 불안에 시달리며 사는 현대인으로서 예전에 영문 모를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굳건하게 열심히 힘을 내어 살아온 많은 분들이 존경스럽다. 짠하기도 하다. 고되고 아팠을 것이다. 억울하고 부족한 삶들은 얼마나 많았을까.
표현은 무엇이라도 좋다. 어떤 언어라도 명칭이라도, 결국 메시지는 우리 모두가 신과 하나이고, 세계와 하나이고, 서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어울려 사는데 필요한 가치들이 더 잘 교육되고 사회화되는 현실이면 좋겠다. 내가 이런 하소연을 하는 중에도, 이미 늘 그렇게 사시는 많은 분들이 수없이 많지만.
올 해도 그런 분들 덕분에 살아갈 것이다. 조금 더 조심하여 조금 덜 유해하게 살도록 ‘힘’ 써보고자 한다. 그리운 시절, 타로 카드를 선물해주고, 점성차트를 읽어주던 친구들이 그립다. 어디서든 무탈한 무소식이 이어지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