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해님
노석미 지음 / 창비 / 202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과학지식 덕분에 지구에 살고 있는 것이 태양 덕분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햇빛이 내게 닿으면 일어나고 어두워지면 잠드는 그런 일상을 살고 있다면, 해가 절대신처럼 유일신처럼 느껴질 것이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어서 어릴 적엔 해가 좀 싫었는데, 영국에 살 때 배운 소위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 부족의 노래가 무척 인상적이라 외우고 있다. 요가를 하는 친구가 가르쳐준 태양숭배자세를 하고 아침에 해를 보며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비가 오다 말다 또 오는 영국 기후가 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키웠기도 했다.

 

Morning Sun Morning Sun Come my way Come my way

Come my way Come my way Take my pain Take my pain

Take my pain Take my pain Down below Down below

Down below Down below Cool water Down below

 

팬데믹과 마스크는 날이 참 좋은 날에도 고개를 들고 하늘을 기쁘게 바라보게 돕지 않았다. 인간의 시간은 얼어붙은 채로 계절이 바뀌고 꽃이 피고 다른 모든 생명체들이 왁자한 것이 산책길에도 좀 쓸쓸했다.

 

여전히 마스크를 벗진 못했지만, 희망과 기대도 부족하지만, 새해에 표지만 봐도 기분 좋은 그림책이라 도착한 날부터 내내 큰 도움을 받고 있다. 좋아하는 노란색과 다채로운 다른 모든 색들. 채식이 어렵지 않은 이유에는 채소와 과일들의 아름다운 색감도 있다.

 

인간이 만든 최고 발명품이 쓰레기인 것에 비해, 자연은 놀랍도록 낭비가 없다. 우울해하지도 좌절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 거듭되는 진화와 적응이 부럽고 두렵다. 아파트의 베란다에서도 활짝 피어나주는 꽃들이 내내 고마웠다. 햇빛으로 태어나 사는 생명들은 찬란하다.

 

겨울이고 아침은 매일 반갑지는 않지만, 오늘도 해님 덕분에 살아 있고, 살아 있으면 웃을 일도 즐거운 일도 만난다. 햇살처럼 따스하고 아름다운 누군가의 이야기도 들리고 눈부시게 활짝 웃는 아름다운 얼굴들도 본다.

 

2월에 오고, 튤립의 구근을 심는 날이 오면, 올 해는 해님에게 잘 부탁드린다고 기도를 올려봐야겠다. 햇빛, 바람, 구름, , 달빛, 낮과 밤... 필요한 모든 것을 튤립에게 데려다 달라고, 햇빛을 닮은 꽃을 만나게 해달라고.



 

곧 설 명절이고 이동이 짧지 않을 시기에, , 한파, 대설, 강풍 소식이 들린다. 무탈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도록 도와주세요, 해님. 힘들고 아프게 하는 거칠고 못된 생각들이 따끈하고 몰랑해지도록 도와주세요.

 

모두들 다사로운 빛이 가득한 아침과 새해를 맞으시기 바랍니다.


 

<Sunrise in Åsgårdstrand>, 

created by Edvard Munch in 1893-94, 

a time when he found a voice 

that would change forever 

the foundations of Modernism.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