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572
진은영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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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어 다시 읽어본다.

무기력과 허망함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하지 못하겠다

며칠 여유가 있지... 있지, 그러니 누구에게도 지독하게 굴지 말 것...

 

나의 무력함과 또 다른 오만함에 질리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게,

사랑, 그리고 사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글을 더 자주 보려고 한다

 

첫 시 [청혼]은 처음도 지금도 기이한 느낌을 준다

아주 오래전에 읽은 듯 들은 듯

비슷한 어떤 아름다움을 본 듯

 

시들의 분위기는 바뀌고 달라지고 갈라서고 다시 사랑이다

처음도 지금도 읽는 시간만큼 더 좋아진다

 

인간은 아름다움을 경험할 때 온전한 존재가 되려는 힘이 강해지기 때문에,

삶이 부서진 어떤 사람에게 '예술적 자극'은 곧 '치유적 자극'이 된다는 것.

그렇다면 아름다움(예술)은 인간을 '해결'하는 사랑의 작업이 되고,

그렇게 치유되면서 우리는 '해결되지 않는 분쟁과 다시 맞설 힘을 얻게 된다.”

 

신형철, 해설 사랑과 하나인 것들중에서

 

징징거림과 투덜거림은 당사자도 지치게 한다

결심이 부끄럽게 다시 열렬해지는 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일이 반복된다

대체로 내 생각보다 남의 생각을 만나면 정신이 좀 더 차분해진다

 

아직 새해를 맞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서

함께 무언가를 나누는 일을 하자고 제안을 하기가 어렵다

막상 누가 내게 그런 제안을 해도 심정적으로 훅 부담스러운 건 나도 마찬가지...

 

왜 이렇게 살기가 오싹하고 부담스러운 시절인가



 

진은영 시인이 번역한 다른 아름다운 책을 기다리며

진은영 시인의 시를 읽는다

괜찮은 밤이다

 

그게 뭐든 다 잊고 읽는다

작가의 의도이든 내 느낌이든 누구의 관점이든 경애하는 이의 언어이든

의미도 연결도 구상도 다 잊고서 그저 읽는다

차분하게 대답해주는 목소리가 들린다

 

위험, 상처, 쓴 맛, 그게 뭐든 상관없이

곁에 있고 계속하고 마셔버리기까지 하겠다는

단단하고 결기 있는 아름다운 철학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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