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의 위로 - 점과 선으로 헤아려본 상실의 조각들
마이클 프레임 지음, 이한음 옮김 / 디플롯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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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유전공학을 전공하던 오랜 친구가 미생물학 수업을 듣고 나니 식사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하였다. 인간이 가진 감각의 한계는 인간의 생존능력이다. 그러니 너무 잘 보이지 않고 잘 들리지 않는 것도 우리가 제 정신으로 살기 위한 조건인 것이다.

 

인류의 역사에는 감각 기능보다 더 깊고 자세하게 보고 통찰하려는 이들이 있다. 고대의 철학자(학문연구자: scientist)들이 그랬고 현대의 과학자들 역시 그렇다. 고대에는 사유를 통해 현대에는 감각 기관을 확장한 과학기술(기구)을 통해.

 

물리학은 수학이라는 언어를 사용해서 우주와 인간(존재하는 모든 것)의 스토리를 찾고 만들어 나갔다. 여전히 우리의 일상과 일상어들은 변하지 않았지만 - 일출 일몰 등등 - 우주 공간과 구조와 운동방식에 대한 과학적 발견들은 점차 대중지식이 되고 있다.

 

이 책은 수학자가 자신에게 가장 설득력이 있는 언어와 지식으로 큰 슬픔(grief)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방식을 담은 책이다. 수학, 그 중에서도 무척 좋아하는 기하학을 찾아보려 한 나는 좀 어리석었다. 상실을 경험하지 않을 수 없는 모든 존재를 염려하는 위로의 책이다.

 

어쩌면 상실과 슬픔을 경험할 때마다 우리는 그만큼 쪼개지고 부서지는지 모른다. 혹 금이 간 채로 언제 부서질지 모를 존재로 살고 있는 지도. 단 저자는 불가역적 상실과 감정적 경험의 상처를 붙이고 채우자고 제안하지 않는다. 대신 재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우주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인간적인의미가 없고 생명이란 잠시의 우연적 존재라는 것에 우리가 새롭게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그로 인해 한번뿐인 찰나의 실존이 기적처럼 귀하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해치고 괴롭히지 말고 가능한 함께 살아가는 우주적인 평화를 상상하고 행동하면 더 좋겠다. 존재하기 때문에 피할 도리가 없는 상실의 순간들은 마주할 수밖에 없지만, 존재와 삶을 무상하게 여기고 슬퍼할 시간은 상당히 아깝다.

 

엄밀하게 말하면, 존재했던 존재들은 결합 형태가 사라져도 존재할 수 있다. 사라졌다는 건 다른 시간대에 속해있었다는 것일 뿐이다. 물론 이런 설명이 상실로 슬픈 감정을 무화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위로할 설득이 필요하고, 서로를 위로할 이유가 필요하다.

 

같은 기억을 가진 동일한 존재로는 다시 살아볼 수 없지만, 우리 모두는 오래 전 다른 곳에서 잠시 함께 한 결합체였을 수는 있다. 우리가 보는 볼 수 없는 모든 존재들 - 생명와 사물과 공간 - 은 그 일부가 혹은 전체가 언젠가의 나였고 미래의 나일 것이다.

 

아마 언젠가는 내가 그 사람이 될 것이다. 또는 당신은 또 다른 자신이 될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아주 유용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같은 법칙을 따르는 우주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프랙탈이 아닐까... 20여 년 전에도 그렇게 상상했다. 알고 나면 어디서나 보이는 놀랄 정도의 유사성... 우주는 늘 우리 눈앞에 펼쳐져 있다. 그러니 조금 더 친절하고 다정해져볼까...

 



돌이킬 수 없는개별 존재인 우리는 그렇게 우주적 불멸의 재조정을 반복하며 여기에 존재한다. 인간의 감각으로는 보이지 않는 원자, 바람에 실려 다니든 공기, 땅 밑을 흐르는 물, 단단해진 지층, 혹은 여전히 어리석게 구는 인간으로.

 


연말연시에 찾아가지 못한 1029 참사 희생자들의 기억 장소들... 그래도 잊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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