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과 즐겁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누는 법 - 의심을 생산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철학적 대화 실험
리 매킨타이어 지음, 노윤기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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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할만한 권위라는 것이 있을까? 치열하게 고민한 사유의 결과는 아니지만 사람이 아닌 학문(연구 결과)’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으면 사회의 기반은 붕괴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해와 비판과 수용과 학습의 태도인데... 포기하고만 싶은 난제이다.

 

이성, 합리성, 체계, 소통 수단의 확대 등등 기대하던 것들의 부작용이 크다는 이유로 거부되거나 무시되는 경우도 있고, 잘 모르고 오용되거나 악용되는 폐해도 상당하다. 정보 공개와 플랫폼이 확장된 시절... 진실로 접근이 아닌 괴이한 가짜뉴스의 득세를 볼 줄이야.

 

믿을 수 없겠지만 평평한 지구론이 다시 득세하고 있다.”



 

사용하지 않아 잘 모를 단톡방에서는 서로의 피드백과 먹이가 되어주는 갖가지 가짜뉴스와 음모론과 폭력적인 의견들이 교환되고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자기합리화와 입증은 때론 콘크리트보다 단단해져서 이 책의 제목처럼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이들도 현존하게 된다.

 

- 증거 존재 여부에 상관하지 않고 주장에만 집착한다

- 믿고 싶은 것과 일치하는 사실만 체리피킹한다

- 가짜전문가들의 의견만 수용한다

- 과학이 할 수 없는 자신들의 기대를 요구하고 실망한다

-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사고를 고집한다

 

스트레스에 약하고 비겁해서 대화 단절과 불가능한 소통 환경에서 가능한 피해보려는 생각만 하는 나는 이 대단한 프로젝트에 부끄럽고 저자의 행보가 너무나 존경스럽다. 반성과 학습의 기회로 삼아 감사히 읽어보았다. 정말 대화가 가능할까, 더구나 웃으며?!

 

- 지구는 사실 평평하다.

- 여성이 구조적 약자라는 데이터들은 모두 조작이다.

- 기후 위기는 거짓이다.

 

노력의 결과로 배울 수 있는 해법이 뭉클하다. 알지만 노력하기 싫었던 바로 그 방법... 가장 인간적이고 가장 효과적인 그 방법... 상대를 존중하고 다정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설명하려는 노력... 저자가 만난 이들의 생각은 정말로 변하였다. 대화가 단절되지 않았다.

 

사람을 설득하는 것은 논쟁arguments이 아닌 이야기stories”



 

물론 태도와 도전만으로 처음부터 성공만 거둔 것은 아니다. 저자의 행보를 관찰하고, 과학부정론자들의 반응을 보면서 나는 새롭게 많이 배웠다. 인간은 이렇게 반응하고 이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지... 하는 새삼스러운 옛 기억이랄까...

 

믿음이 부족한 건 내 쪽이었나 싶기도 하다. 힘이 드니까, 귀찮으니까, 피곤하니까, 얼른 정리하고 판단하고 선을 탁 긋고 그쪽으론 이제 가지 않는다... 고 결정한 채 살았던. 내 태도에 대해서 더 많이 생각했다. 나는 바뀔 수 있을까...?

 

내 목표는 (...) 과학 부정론자들이 믿음을 포기하게끔 만드는 데 자신들이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태도와 사고로 돌아가야겠다. 누구라도 어떤 생각을 가졌다고 해도 무조건 미워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공격하지 말고 끝까지 존중할 수 있도록... 잘 안될 가능성이 더 높지만 그래도 시도해보고 싶다.

 

결국 우리는, 누구도 전지(全知)하지도 전능(全能)하지도 못한 우리는, 이해받고 싶은 대로 타인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서로 배워가며 소통하며 산다. 다른 비법은 없어 보인다. 혐오가 일상인 한국에서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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