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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는 로봇이다 - 안온 미니픽션,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들
강성은 외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12월
평점 :
‘전래 동화’ 속 풍경은 반백이 다 된 제게도 낯선 소재들이 있었습니다. 한 번도 사용해본 적 없고 본 적 없는 사물은 몰입과 공감을 돕지는 못합니다. 이야기와 메시지가 잊히고 사라지는 것이 아까운 작품들이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짐작한대로 우리 집 십 대들은 전래동화에 전혀 흥미를 보이지 않고 읽으려 노력해도 너무 낯설어합니다. 그럴 때마다 안타까워서 이야기들이 다른 형태, 다른 장르로 재탄생하길 바랐습니다. 일본의 설화와 민담이 여러 장르로 재밌게 활용되는걸 보아서 더 기다려졌습니다.
굳이 한국전래동화일 필요는 없겠지요. 전 세계에 익숙하지만 흥미로운 변주가 가능한 이야기들은 풍성하니까요. 안온북스의 이 책은 꽤 오래된 제 바람에 응답한 듯 ‘다시 태어난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읽기 전 이미 반갑고 즐겁습니다.
여덟 편인데 시리즈로 세상의 모든 이야기들을 재탄생시켜주면 좋겠단 탐욕을 부려봅니다. 참여하신 작가들 성함에 책이란 최고의 사치품이라고 재확인합니다. 성탄절에 읽고 싶었지만 번다함이 피로가 되어 그만... 언제 읽어도 좋을 종합선물 같은 소설집일 것입니다.
늙어서 읽으니 다 아는 이야기가 이렇게 서로를 돌보자는 것이었구나... 싶은 것도 있고, 참 오래 인류의 고민의 주제였던 이야기도 보입니다. 이야기를 통해 인간은 서로의 대답을 듣고 배우기도 하고 지혜를 빌리기도 했겠지요.
“바리가 그렇게 믿었기 때문에 나는 이야기꾼이 되었다.”
읽어보니 제목 자체가 엄청난 반전이었습니다. 가차 없던 시대의 어린 죽음을 되살린 희망의 불빛 같은 반전에는 눈물이 솟습니다. 어리지 않은 어른들도 다치고 죽는 사회를 현실의 우리도 연대로 바꿔나갈 수 있을까요. 그제 읽었다면 성탄 기적을 간구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이곳에 있었군요.”
은은하지만 슬픈 정서가 흐릅니다. 차용한 방식은 생각보다 더 현실적이고 구체적이고 다양하지만, 출발이 옛이야기라서 그런가 싶기도 합니다. 무엇이건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무척이나 좋습니다. 시리즈 출간... 부탁... 재밌게 읽으시라고 내용은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이제 어디로든 갈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시절을 뛰어넘어 재탄생된 이야기들 속에는 힘을 잃는 것, 힘을 얻는 것이 뒤바뀌기도 한다는 것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어쩌면 옛날이야기를 전하는 이들의 목적은 다음 세대인 어란이들이 앞으로의 미래를 상상하고 가꾸라는 것이었을까요. 제 할머니께서도 그러셨을까요...
“수많은 아이가 불을 든 채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