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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스트 Axt 2022.11.12 - no.045 ㅣ 악스트 Axt
악스트 편집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1월
평점 :
깊고 넓은 문학잡지 악스트가 담은 내용과 만난 작가들은 내가 충분히 짐작하기에 늘 어렵고 그래서 자꾸 펼쳐보게 되는 매력이 촘촘하다. 운이 좋으면 두 달의 말미에, 혹은 좀 더 지나 한 두 문장이 내게 남는다. 더 운이 좋으면 내 경험과 사유와 이어지기도 한다.
고정된 것도 변하지 않는 것도 없는 우주 속에서 불안하지 않은 이는 누구. 심지어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는 타인”이다. 모르는 사람에 대해 우리가 맺을 수 있는 관계는 부재한다. 인간은 그리하여 수없이 다양한 타자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는지도.
국적, 언어, 문화, 인종이라는 구분, 즉 내용이 없는 또 다른 디아스포라에 대해 생각했다. 바꿀 수 없는 과거를 두고, 현재를 모두 동원해 후회를 남기지 않을 과거라는 미래를 만드는 수밖에. 우리는 번다하고 여유가 없으니 겨우 지금, 여기, 오늘을 살아내고 버틴다.
그렇게 애쓰다 보면, 우리 밖의 타자들에게도 우리 안의 타자들에게도 배제와 차별을 잠시 그만둘 수 있다. 불안, 두려움, 혐오, 광기가 힘을 얻고 권력도 얻는 시절의 가을날, 그의 소설 속에서 안전한 비극과 역사를 만나 마음껏 절망했고 조금 편안해졌다.
“밖이 어딘가요”
다시 겨울, 이승우 작가의 시간과 이야기를 커버스토리에서 만나 오래 머물렀다. 83년생이 권고사퇴를 받는 사회, 일터에서 죽지 않기 위한 단식으로 사라져 가는 분들, 골목에서 사라져버린 목숨들, 멸종을 예고하는 생태계격변. 무탈하게 오래 살고 싶었던 우리들을 애도했다.
김혜순 시인의 고백처럼, 응답하지 않는 권력 대신 나의 내부에다 쏟고 버리는 고백 같은 글 읽기의 시간들이 이어진다. 느슨하지만 질긴 연대는 지친 묵묵부답 속에서도 살아남을까. 창작 예술인들의 용기와 결단은 뜨겁고 단단하다. 불가능쯤이야... 계속 쓰고 나아간다.
“눈에 안 보이는 세계를 그리는 건 대단히 중요한 것 같아요”
서울국제작가축제에서 번역가와 소설가를 동시에 만나는 일은 화면이지만 황홀했다. 시차를 조금씩 두고 이어지는 다른 언어의 대화, 감사한 통역... 비대면이 단절일 수는 없다는 증거 같아서 행복하게 몰입했다.
“인간은 무엇의 거울인가”
시간이 헝클어지고 기억은 순서를 아랑곳하지 않으니, 작년 서울국제작가축제의 개막 강연 한강 작가님의 바스락바스락 하던 목소리가 들린다. 시와 같은 소설 속에서 문해가 어려운데도 느껴지는 진한 슬픔들... 시인 장혜령이 다루는 시인 한강은 강물처럼 품이 넓다.
대상이 무엇이건 글을 쓰면 모두 하소연이 된다. 악스트는 도저한 강과 바다 같은 분들이 세상을 전하는 잡지이다. 제 졸고가 혹 야기할 티끌만한 영향도 없이 각자의 유영을 즐기시고 기쁨을 발견하시길 바란다. 처음 써보는 악스트 리뷰 이만 총총悤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