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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오늘은 화요일이라기보단 생일날이었다. 평범한 날로 넘어 가려고 해도 불쑥 생각이 들락거린다. 생각이라고 하지만 그건 과거의 기억일 때도 미래의 불안일 때도 있다.
김연수 작가는 자신이 이미 겪은 과거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어 무해하지만, 가능성만으로 존재하는 미래는 상상할 수 없어 비극이 깃든다고 했다.
나는 어쩐지 사뭇 다르게 느낀다. 겪은 사실은 변화의 여지가 없어 비극이고, 가능성만으로 존재하는 미래는 현재의 선택들로 모두 바꿀 수 있어 만만하다고.
스스로의 삶을 누구도 대신 책임지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쯤에는 이미 형태가 많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모든 걸 다 깨고 새로 만들 것인가, 그 안에서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낼 것인가의 선택 정도만 남았다.
오랜 억울함과 불만은 뜨거울 적도 있었지만, 문득 기억이 깜빡거리고 이제는 절대 못할 것 같은 일들이 있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감정은 시시해진다.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이 왔을 때 나는 무엇이고 무엇이 여전히 중요할 것인가.
미래를 기억하라고 쓴 엄마는 왜 죽었을까?
선한 이들은 늘 그랬듯이 선하게 살아가며 사회를 여기저기 떠받치고 있다. 변화를 자꾸만 유예시키는 그들이 미웠던 적도 있었지만 그만큼 치열하게 살아보지 못해서 이젠 입을 열 자격이 부족하다.
나 같은 비관주의자는 의외로 무해할지도 모른다.
“누가 도와주는 게 아니야. 이걸 다 우리가 할 수 있어. 우리에게는 충분히 그럴만한 힘이 있어. 그게 나의 믿음이야. 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은 찾아와. 그것도 자주. 모든 믿음이 시들해지는 순간이 있어. 인간에 대한 신뢰도 접어두고 싶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때가. 그럴 때가 바로 어쩔 수 없이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할 순간이지.”
말하는 대로 살게 될 거라는 낙관주의,
우리가 서로 이야기하는 대로 사회가 바뀔 거라는 낙관주의.
이 책을 처음 읽은 날 200년 만에 월식이 일어났던가...
그 기억도 잘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