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 -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반달문고 41
정범종 지음, 김재희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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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를 쓰고 사는 우리 모두를 위로하기 위한 요정의 탄생인가 반가웠고 꼬마꽃벌은 누구일지 궁금했다. 그리고 올 해 조금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 봉숭아꽃을 만나게 되었다. 춥고 어두운 겨울에 찾아온 다채롭고 따뜻하고 밝은 이야기가 반가웠다.

 

도망가서 쉬고 싶을 때 장르문학에 손이 가는 것처럼, 아이들도 동화, 만화, 그래픽노블을 더 즐긴다. 단 한 줄의 독서기록도 남기지 않지만 계속 읽고 있다는 것이 충분히 좋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감상도 많이 살아버린 내가 쓴다.

 

부모님이 이사를 하시고 넓어진 베란다를 실내 화단처럼 만들었다. 평생 식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니 딱히 분갈이와 새로 심기에 잘못을 했을 거란 생각은 안 하는데, 어찌된 일인지 거의 다 죽고 발아도 안 되었다. 충격적인 실패 속에 봉숭아 한 줄기만 무럭무럭 자라서 10월까지 꽃을 피웠다. 🌺

 

방문할 때마다 그 봉숭아가 엄청 고마웠다. 애지중지(?)해서인지 6개월을 꽃을 계속 피워냈는데, 덕분에 한 번도 눈여겨 본 적 없던 꽃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다년생이면 평생 보고 싶을 정도였다. 채종을 해서 꼭 다시 만나고 싶은데 내년에는 어찌 될지.

 

작품 속 귀여운 마스크 요정은 죽은 나무를 뽑아내고 봉숭아 꽃밭을 만들었다. 대단한 요정이다. 그곳에 살러 온 꼬마꽃벌은 완벽한 방어가 가능한 집을 척척 지어 산다. 분명 아파트 동네 주민들인데 신기할 정도로 자연 척척박사들이 많아 등장할 때마다 설렜다.




고양이에게 지혜를 배우는 캣맘아주머니, 인간의 입장에서만 판단하고 함부로 자연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충고하는 길주, 채종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할머니, 그 모든 이야기들을 잘 알아 듣고 문제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아이들, 행동하는 아이들...

 

미래가 정말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보기에 좋은 것이 중요한 어른들의 삶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서, 자연과 다른 생명들과 함께 사는 수많은 방법들을 찾아내는 어린이들이 엉망이 된 이 사회와 문명을 바꿀 수 있으면 그게 희망이라고... 기분이 간절해졌다. 🙏🙇‍♂️

 

가장 저질스러운 기준으로 세상을 망치는 결정만 내리는 어른들의 의사결정구조에 어린이들이 하루 빨리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무식하고 무능하고 책임감도 없으면서 저보다 나이가 어린 모든 이들을 우습게보고 무시하는 어른들의 목소리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으면 좋겠다.

 

그걸 바라는 아이가 찾아내야지.”

 

태어나서 계속 마스크를 쓰고 살았던 어린이들, 학교를 못 가고 친구를 못 만나고 신나게 크게 웃으며 놀지도 못하고 살았던 어린이들이 성장하면서, 인류가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를 잘 배우고 이해하고 어쩌면 해결해버리는! 그런 시간을 울컥한 기분으로 잠시 상상해보았다.




🐝 꼬마꽃벌 family Halictidae



🐝 뒤영벌 bumblebee


  출처 : https://www.inaturalis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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