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씨네마인드
박지선.황별이.최윤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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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편 중 10편을 보았고, 소위 장르 문학을 좋아하지만 범죄 영화인줄 전혀 몰랐던 영화가 있어 무척 놀랐다. 그땐 몰랐고 지금은 가스라이팅이 확실히 보인다. 다만 감독 역시 가스라이팅을 경고하고 고발하기 위해 작품을 만들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주 좋아하는 작품들을 박지선 교수의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다시 분석하는 것은 무척 즐거웠다. 오래전에 본 영화들은 프레임 별로 끊어서 볼 생각을 못해서 집중 해석하는 방식이 새로운 작품을 보듯 흥미로웠다.

 

설마 시즌을 완전히 끝내고 책을 내신 건가 섭섭하면서도 반갑게 읽었다. 주말 조조로 범죄 추리 미스터리와는 전혀 관련 없는 별세계 영화를 보고 왔지만 책으로 빠른 몰입은 가능했다. 많이 알고 정확히 전달하는 전문가의 말과 글은 재밌고 유쾌할 밖에.

 

현실의 범죄자들은 의외로 무식하고 철학도 매력도 없고 역겹도록 탐욕스럽고 빤히 보이는 노골적인 불쾌한 캐릭터이다. 안타까운 일은 현실에서 체포, 단죄, 처벌할 우리 편이 명확하지도 않고 적극적일 수도 없다는 것이다.

 

장르문학에 몰입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나, 그 중 하나가 대리 카타르시스인 것만은 일리가 있다.(내 얘기다...) 지능이 높고 교묘하고 자비없이 악랄한 어떤 악당이라도 상영 시간 내에 체포되고 처벌받는 결말을 보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구성은 탄탄할수록 빈틈이 없을수록 결말이 설득력이 있다. 박지선 교수는 영화에서 결말이 난 작품조차도 더 세세하게 분석해서, 일말의 범죄 가능성도 남기지 않겠다고 헌신하는 영화 속 캐릭터 같기도 하다. 아주 믿음직하고 든든한 우리 편이다.

 

현실을 잊지 않고 경고하는 현실의 범죄심리학자가, 재미마저 갖춘 분석을 명작들과 함께 소개해주는 책과 영상은 여전히 먹고 먹고 또 먹는 예능계에서 귀하고 멋진 오락이자 휴식이기도 하다. 기후대학살의 시기에 먹방도 사회범죄로 분석 해주시면 좋겠단 사적인 바람! 🌏🙏🙇‍♂️

 

박지선 교수의 지적인 분석 탓에(?) 나는 보게 될 것 같지 않던 영화 4편을 찾아 볼 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영화만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범죄들을 통해 사람이란 무엇이고 사람으로 사는 일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조금 이해를 넓혀볼 수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영상 속 분노와 편견과 증오는 모두 내 안에도 거주하는 감정들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어이없는 현실에 대한 갈 곳 못 찾는 분노를 <밀양>을 다시 보며 서늘하고 확실하게 다시 풀어 보고 싶어졌다. 14편 중 21세기 내 최애작품이다. 20세기라면 <양들의 침묵>. 🎥🎬



 

우리는 뉴스 기사를 읽고 주변의 이야기를 들은 뒤 특정 사건과 피해자를 잘 안다고 말하곤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준의 시신을 확인하는 신애를 바라보던 카메라처럼 멀찌감치 떨어진 위치에 서 있을 뿐입니다. 피해 당사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사건 속에서 살아가는지 감히 상상할 수조차 없는 입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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