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 셰익스피어 - 인간관계가 어려울 때 꺼내 읽는 삶의 지혜 한 학기 한 권 읽기 1
한기정 지음 / 그린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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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인간만큼 자연스러운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괴테

 

이 책은 셰익스피어 작품 전반에 관한 친절한 가이드북입니다. 연령이 특정될 필요는 없지만, 청소년 독자들은 참 좋겠단 부러운 생각이 듭니다. 쉽고 재밌는 잘 읽히는 책이라서 너무 금방 읽어버렸지만, 소개된 작품들을 생각하면 훨씬 묵직한 책입니다.

 

여전히 제 최애들은 바뀌지 않았고 - 맥베스, 한여름 밤의 꿈, 햄릿 - 예술 작품들과 함께 재회하는 즐거움이 컸습니다. 더불어 몇 십 년 살았으니 꺼내어 볼 추억들도 적지 않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고 나도 바뀌면 작품도 달리 읽힙니다.

 

원하던 것을 얻었으나 만족이 없으니 모든 것을 희생하고도 얻은 것이 없구나.”

 

오래 전 스탠딩 석임에도 꼬박 서서 관람한 셰익스피어 글로브에서의 맥베스 무대, 이젠 무서워하진 않겠지만, 여전히 강렬하게 심연이 흔들리긴 할 겁니다. 욕망의 주제자인 듯 살다 욕망의 피해자로 변모하는 심리적 귀결이 소름끼칩니다.

 

인생은 걸어가는 그림자, 가련한 배우가

무대 위에서 자기 시간을 뽐내고 안달하다가

사라져 버리는 것, 바보가 지껄이는 이야기.

소음과 분노로 가득 찬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한여름 밤의 꿈은... 더위를 반기지 않는 제가 여름밤에 거듭 이유 없이 설레는 이유입니다. 깜깜한 밤하늘을 보기만 해도 뇌 속에서 혼곤한 꿈과 악몽과 망상과 상상의 카오스가 한 바탕 지나가니까요. 열병에 걸린 듯 아프고 두근거립니다.


 

햄릿은 유명세의 이유가 무척 유감이지만 - 누구나 아는 문장의 해석이 조악함 - 길고도 긴 작품을 읽으면 뜻밖에 인간이란 존재가 애틋해집니다. 도대체 이 불완전하고 어리석은 생물은 무엇일까요.

 

인간은 근본적으로 무엇인가 모자란 존재인데,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인간을 겸허한 자세로 돌아가게 하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이렇게 멍청하게 엉망으로 살면서도 힘을 내어 살아가는 모습이 원망도 비난도 모별도 자책도 굴복시키고 체념인 듯 사랑하게 만듭니다. 재작년인가 햄릿을 다시 읽었더니 자식 또래 젊은이의 처지가 가엾기만 했습니다.

 

저는 셰익스피어가 가짜란 음모론은 믿지 않습니다. 유명세와 작품 수준을 평하는 수많은 말들이 있지만, 극장의 공동 경영주이자 작가인 그가 공연에 어울리는 작품을 꾸준히 쓴 것이 비난받을 일인지 종종 의아합니다.

 

소재를 가져왔다... 는 비난도 있는데, 세상에 없던 소재부터 만드는 작가가... 있나요?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의미가 더해진 작품이 있습니다. 시절 덕분이라고 할까요. 대학 교육을 못 받은 셰익스피어는 한국사회에서는 출간 기회도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학위도 있고 부유한 한국 정치인들의 지적 능력과 판단력은 충분한가요?

 

어째서 인간사는 지치도록 끈질기게 반복되는 면면이 있을까요?

 

셰익스피어는 기회주의자와 이상주의자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 줍니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에서 항상 고민하는 우리에게도 생각할 만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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