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소중한 세계 - 호미네 계절집
김희경.이지훈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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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으로 집에만 있으니... 다리가 후들, 머리가 어질해도 마스크 쓰고, 자꾸만 정리 청소를 합니다. 집에 대한 생각과 태도... 부러움과 고민을 가득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누가 볼까 민망하게 너무 자주 웃었습니다. 이분들 정체가 무엇... 🤣 북토크하시면 필히 참석하겠습니다.

 

아내가 가꾸는 정원이 꽉 찼다. 빈 곳 없는 초록에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내가 채워 나가는 음반 수납장이 벌써 꽉 찼다. 평생을 써야하는 수납장이 꽉 찬 것을 보니 마음이 초조해진다.”

 


첫 만남과 연애, 결혼, 육아, 이사, 집짓기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두 분이 번갈아 쓰시는데 누구랄 것 없이 엄청 재밌습니다. 장기 기억력이 출중하시고 필력도 대단하셔요. 집에 관한 책인 걸 잊고 전반부는 웃으며 책장을 바삐 넘겼습니다.

 

우린 입맛도 취향도 심지어 웃음 코드도 달랐다. 어떤 까닭인지 이토록 달랐음에도 단 한 번도 다름을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 지금까지 시시콜콜한 것을 나누고 애쓰며 즐기고 위로한다. 그리고 각자의 시선으로 적당한 비웃음과 무관심을 조미료 삼아 그렇게 함께 살고 있다.”


 

집이 아닌 부부 이야기에 집중하게 됩니다. 집을 짓기 이전에도 삶이 있었으니 서사는 이미 시작된 것이 맞고, 하재영 작가님 추천사대로 어떤 집보다는 어떤 삶으로 읽는 것이 틀린 것은 아니겠지요. 솔직히 가장 큰 이유는 두 분이 넘 재밌기 때문입니다. 😭

 

물개박스와 불쏘시개로 시작된 집이야기에 막강 빌드업을 이루시고 이행하시는 추진력과 행동력이 부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집짓기란 슬쩍 읽기만 해도 수많은 타협은 필수인 듯합니다. 평생 살 집이란 생각에 한 번에 충분히 완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뺏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 내 마음은 적어도 물질적인 것 때문에 자존감을 잃지 않는, ‘합리화라는 안전장치로 단단하게 둘러 있는 듯하다. 아내도 아이도 그런 것 같아 다행이다.”

 

가장 현실적인 고민인 출퇴근의 상황도 솔직하고 실감납니다. 현명한 분이시라 자랑, 변명, 고난, 극복 등의 드라마 없이 압축 건조된 한 시간으로 답이 충분하다고 합니다. 천재 블랙 코미디 대본작가처럼 느껴졌다가 문득 해탈한 분처럼도...

 

오늘도 무사히 도착했다. 선곡은 대체적으로 훌륭했다. 회사 주차장으로 진입하며 오디오 전원 버튼을 끈다. 벌써 퇴근을 기다린다.” 🤣


 

(이럴 줄 알았지만) 두서없는 글이 길어집니다. 집주인이 한 상 차려 대접하는 한국의 정서, 고기, 따지는 손님 사절에 저도 물개박수를 보냅니다. 식사와 술이 목적이면 식당과 술집에 가면 될 일! 만남보다 음식이 중심이 모임은 저도 사절입니다.

 

좋지 않은 체력이 내 모든 행동 양상을 결정짓는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 체력을 이길 만큼의 아드레날린이 솟는 것에만 열정을 보일 수 있는 참 실오라기 같은 체력의 몸뚱이라는 거다.” 공감동감! 👏


 

집도 사람처럼 결국 그 환경에 적응하며 맞춰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유, ‘죽도록 힘들지언정 이토록 재미있는 일은 평생 처음이라는 정원 가꾸는 일, ‘이상적인 삶과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어딘가에 위치한 나, 분량 때문에 울면서 마무리합니다. 😭 꼭 즐겁게 책을 읽으시길!

 

원대한 꿈이 없고 도전을 선언하지 않았다고 해서 포기도 아니고 자조도 아니다. 암울한 시대에 희망은 그 자체로 필요한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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