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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 너무 늦어버렸습니다
조배성 외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2년 11월
평점 :
서로의 안녕이 너무 늦어 버린 것인지 표지를 보며 막막하니 앉아 있었다. 손편지글에는 감기 조심하라는 다정한 겨울 인사를 적어 주셨는데 겨울에 들어서기 직전에 감기에 걸렸다. 한파가 들이 닥치는 날에, 죽지 않기 위해 죽이지 않기 위해 거리로 나올 이들 소식이 아프다.
안녕을 이제 묻지 못하게 된 이들을 모욕하고, 이름도 얼굴도 빼앗고, 죽음을 감추어 치워버리더니, 유일하게 현장지휘 한 분을 기소하고, 재난의료지원한 이들을 고강도조사하고, 행정부 지침이 없어 무정차 운행도 못한 혼잡한 역을 자정까지 관리한 역장을 직위해제했다. 그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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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분노는 하찮아서 식기 전에 존경하는 분을 따라 추운 겨울 식사 값을 보탰다. 수많은 제목들이 시구들이 내 본위로만 해석이 되니 미안하고 난감하다. [묵념] 속에 귀를 파고드는 아우성, 함성, 합창, 빗소리, 파도소리, 바람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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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낸 모든 글은 자신에게 보낸 것이고, 만든 모든 사물은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이라는 글을 읽었다. 약기운에 자기 전인지 후인지 어제인지 오늘인지 모르겠다. [거울] 속 나를 똑바로 본 시간도 오래되었다. 이렇게 비치겠지 아는 잔상이 실상을 가리게 두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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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 미스터리, 탐정, 범죄 소설의 장치를 못 풀거나 결말을 이해 못한 적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이자들을 제외하면. 남의 이름을 지워버리는 짓을 하는 이름가진 인간을 평생 처음 보았다. [이름자]는 죽은 이들에게 남은 유일한 것이다. 소중한 게 없어서 함부로 사는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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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은 모자라고 생각은 지나치니 명치 어디쯤이 아프고 당기는 일은 [오랜 버릇]이다. 병이기도 하고 버릇이기도 하고. 습관이 되었으니 삶이기도 하다.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까. 무람함을 모르고 x먹고 x마시고 x놀고 x자고... 닮고 싶지 않은 부류가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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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사는 일이 구구단을 끝없이 외워야 하는 벌칙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혹은 그다지 읽을 가치가 없는 책만 계속 읽어야 하거나. 지긋지긋하고 지치고 무기력해진다. 누군가 좋은 생각을 하면 좋은 것을 알아보고 좋은 곳으로 함께 이동하면 좋겠는데, 지겨운 고집... [우리의 삶은 낡은 책처럼] 흐려졌더라도 그 책이 불멸의 고전 중 하나라면 좋겠다. 격조가 사멸한 게 아니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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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맞이 [동면]은 아닐진대 낮에 먹는 약은 까무룩 잠에 들게 한다. 밤에 먹은 약은 수면을 제거하는 부작용이 있다. 같은 약이 맞아 보이는데 내가 보는 것이 내가 보는 것이 맞는지 자신이 없다. 예기치 않은 휴가와 혼자 깬 밤이 아무렇지 않았던 어떤 기억을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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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처럼 또렷한 기억들은 아무 것도 정리가 안 된 채로 가둬둔 후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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