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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칸 : 부리부리단의 습격 ㅣ 탐정 칸
하민석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평점 :
이제 들이 닥치는 한파에 여러 크고 작은 걱정들이 있지만 하루 동안 모두 해치울 능력이 없으니 그냥 나만 안전하게 오늘을 살아 본다. 열패감에 좀 우울한데 하민석 작가의 작품 활동 방해의 고변을 읽으니 넘 웃겨서 아픈 목으로 괴상하게 웃었다.
한 줄 소개를 하자면, 부리부리(불의불의)단은 범죄조직이고 이에 맞서는 탐정 칸은 어린이다. 추리와 모험이 가득가득~ 사건도 한 가득, 분량도 적지 않아서, 추리, 퍼즐, 퀴즈, 수수께끼 등등을 좋아하는 어른은 신이 난다. 엄청 재밌는 작품이다. 믿으시라...
이 장르의 생명은 글의 짜임새가 잘 맞아야 한다는 것인데, 이미 전작부터 기막히게 용의주도하고 클리셰 없는 반전으로 재미를 주던 작가라 염려하지 않는다. 시사를 싫어하지 않는 초등 고학년 이상 독자라면 욕만 나오는 권력에 대한 적절한 풍자도 즐길 수 있다.
“온 세상에 고약한 냄새가 퍼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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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한 아무 것도 스포하지 않고 싶지만, 공장에서 하드디스크를 훔쳐서 분석하는 것은 어쩐지 지난 세기의 스파이영화 같아서 반갑고, 악당 이름 공수표와 뒷거래를 마다 않는 박사 이름 권기복, 재밌고 통쾌하다. 이름대로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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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범죄의 배후에는 부리부리단이 있다. 악당이 있으면 우리 편이 있고, 탐정이 등장하면 스파이도 등장하는 법! 재밌게 열심히 의심하며 찾아보는 쾌감도 누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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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 칸 모험 이야기 중 86프로는 실제 벌어진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내가 지어낸 분량은 17프로 정도쯤 된다.”
열 집이 한꺼번에 도둑을 맞는 것보다 더 심각한 범죄가 현실에 수두룩하다. 범죄 근절하자고 만든 조직이 범죄 집단이 되는 황당한 일이 소설 속 소재가 아니라 현실이다. 한국 사회는 목소리를 잃지도 잠들지도 않을 것이다. 현실의 탐정은 한 명이 아니다. 다 보고 조사하고 숨은(숨지도 않은 듯하지만) 배후를 찾아낼 것이다.
하민석 작가가 보내 준 씩씩하고 포기를 모르는 탐정 칸이 주저 없이 사건들 속으로 뛰어드는 장면마다 속 시원했다. 그러니 하민석 작가님께서는 또 다시 부리부리단의 계약에 빠져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얼른 다음 책을 출간해 주길 바란다. 언젠가 어린이들이 놀지도 못하게 된 세상의 불의를 밝혀 주는 만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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