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홑씨처럼
오수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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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홑씨는 꽃잎 한 송이 한 송이가 모두 씨가 되어 그 형태를 아름답게 유지하는 멋진 외모를 가졌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바람을 기다리고 있지요. 불어오는 바람이 마음에 드는 씨앗들은 바람을 따라 먼 곳으로 날아갑니다.

 

최초이자 마지막 여행이 대담하기도 하고 모두의 이별이 조금 슬프기도 합니다. 그래서 후후 불어서 씨앗을 날려 보내는 일을 별로 하고 싶지 않습니다. 민들레의 세계를 상상해보면 세상 여러 곳에서 살다 날아든 씨앗들이 자리를 잡기 위해 분주한 풍경이겠지요.

 

읽기 전에 시집 제목을 보고 부질없는 생각을 이어갑니다. 그렇게 훌훌 떠나가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을까 기대하며 펼쳐 봅니다.


 

바느질, 뜨개질, 자수... 이렇게 한 땀씩 차분히 하는 일을 전혀 못한다. 어지럽고 구토가 난다. 유사한 작업을 멋지게 하는 모든 분들을 부러워한다. 그런 생각은 못해봤다 죽을 때까지 한 가닥씩 풀어 가는 것... 싹둑 싹둑 자르며 살았다.


 

스멀스멀도 아니고 화가 화르륵 올라온다. 부글부글이 아니고 펄펄 끓어오른다. 그 모든 걸 냉담한 표정 속에 담고 살자니... 괴롭다.


 

왜 그런지에 관해서는 심리학 책도 사회학 책도 읽었다. 그래도 안타까운 건 어쩔 수 없다. 아는 것으로 타인을 설득하거나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 좌절감은 짙다. 그래서 인간이 왜 설득 당하지 않는지에 관한 책들을 또 읽었다.


 

마음의 환기를 위해선 숨을 잘 쉬고 잘 자야한다는데, 얕은 숨으로 사는 시간이 길고 잠은 잘 못 잔다. 바꿔야해... 변해야해...


 

공존이란 것이 내게 유리한 것들과만 함께 하는 건 아니라고, 시에서 엄중하게 말해줘서 정신이 화들짝 들었다. 내 발걸음을 멈추고 괴롭히는 이들과도 공존!

 

언젠가 나도 원소 결합이 끊어지면 민들레 홑씨처럼 훨훨 날아보겠지. 너무 빨리 어떤 섭동에 이끌려 재결합하지 말고 바삭하게 마를 때까지 오래 날아다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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