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리커버) - 지나온 집들에 관한 기록
하재영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0년 12월
평점 :
품절




#아등바등

 

며칠 전 일기에 아등바등이란 표현을 썼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아등바둥이라 쓴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자신의 기억력을 의심하는 것이 새로 생긴 취미가 되었다.

 

12월이다. 쉬웠던 적은 없었지만 이젠 체력이 닳아서 어쩌면 무난히 괴롭고 조금 뒤척이며 보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돌이켜보니 아등바등 살아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사는 것을 비참한 일로 여기면서 건성으로 살고 있었던 것 같다.”

 

건성으로 살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고, 지금은 여러모로 아등바등이다. 진지하게 애쓰며 산 지는 오래되었고, 애써도 안 되는 일이 더 많다는 걸 받아들이는 시간은 더 오래 걸렸다.

 

12월은 그런 시간이다. 한 해 동안의 아등바등의 시간의 모두 목격하고, 평가하고, 마무리하고, 포기하고, 답답해하고, 늘 떠나고 싶은 시간.

 

아등바등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절박하게 애쓰지 않으면 나의 것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집을 고치며 나는 진실로 그렇게 믿었다.”


 

이사에 대한 생각을 오래했다. 지나온 집들에 대해 사유할 줄 모르고 살지 않은 집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니 어리석다. 원하는 형태의 이사가 집만 바꾸는 일이 아니라서... 어리석게도 오래 집착하고 아무런 행동을 못하는 중이다.

 

내가 지낼 공간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시간은 처음으로 스스로를 책임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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