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교과서이자 품위 있는 사전

사회학의 핵심 개념들 - 제3판
앤서니 기든스 외 지음, 김봉석 옮김 / 동녘 / 2022년 11월

책의 내용에 대해서 쓰는 것보다 책에 대해 쓰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는 개념서입니다. ‘사회학’에 대해 공부해 본 적도 없이 사회에서 살아온 중년 독자로서의 경험입니다.

‘언어가 곧 사유’라고 믿으면서도 내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많은 단어들에 대해 숙고할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개념어들인 경우에도 그렇습니다. 그러니 모르는 상태로 오용하기도 하고, 그런 이들이 토론을 하면 소통이 안 되기도 합니다.

뭔가... “공부할 때가 제일 좋을 때지...” 하는 어릴 적 어른들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표지처럼 깔끔하고 선명하고 친절하고 ‘쉬운’ 이 책을 감사히 읽었습니다. 불쑥거리는 감정도 그때만은 차분해지는 성실 독서의 시간이었습니다.

분야마다 조금씩 다르게 정의되기도 하는 ‘개념들’, 역사의 분기점들, 현재를 구성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기억해야할 내용들(사건들), 그리고 사적인 사유를 통한 이해와 정리... 이런 활동을 차분하게 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설명 방식 자체가, 정의, 기원, 의미, 해석, 비판, 쟁점, 현대적 의의로 설정되어 모든 개념을 소개합니다. 비전공자인 제가 읽기에 더 좋은 책은 없습니다. 거듭 언급하자면 그래서 정확하고 쉽습니다.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개별 개념어, 주장, 이론 등은 탄생 배경과 시대적 요구를 모르면 후대의 독자들이 느끼기에 뜬금없기도 하고 불필요하게도 보입니다. 철학은 물론 사회학과 자연과학 역시 통시적인 역사를 아는 일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역사적 흐름을 이해해야 왜 그 순간에 이런 개념과 주장과 사상과 이론이 필요했는지가 납득됩니다. 이 책은 역사적 배경을 함께 제공하기 때문에 역사를 따라 전개/정리하는 학습도 가능합니다.

모셔두고 오래 공부하고 싶은 텍스트지만, 일독 후 차분해지는 기분은,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 - 개념, 사유, 판단, 주장, 사상, 이론 등등 - 이 얼마나 다양하고 복잡한가 하는 이해에서 도움을 받은 결과입니다.

뜨거운 공감은 순간 밀착이 쉽고 강하지만, 온기가 식으면 혹은 지치면 유지가 어렵기도 합니다. 거기에 더해 인류가 좀 서늘하더라도 지식의 공동체를 이루면 좋겠습니다. 복잡한 언어와 현실을 회피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포기하지도 말고, 이 책의 저자들처럼 차분하게 풀어나가도 기록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깁니다.

! 사회학 개념 정리와 이해를 위해 추천하고픈 우아한 교과서이자 품위 있는 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