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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평범한 미래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평점 :
처음 읽고는 소화가 잘 안된다고 느꼈다. 왜 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소설보다 에세이, 인문, 대중과학, 철학서들을 훨씬 많이 읽으며 살고 있다. 지난주에는 장편소설 한 권을 꽤 힘들게 읽었다. 읽기야 읽지만 뭔가... 소설로 향하는 신경망의 출입구가 닫힌 기분...

‘평범’이란 품질보증서가 있어서 확실하게 판단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각자가 바라는 평범함은 모두 있다. 물론 비범과 야망과 모험을 더 좋아하는 분들도 계실 테지만. 평범했고 겉돌던 문장들은 일상의 평범이 깨지자마자 간절한 소원으로 바뀐다.
“인간 안에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하잖아요. 모든 게 잘될 거라는 희망에 부풀어 잠들었다가도 침대에서 일어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한 아침을 맞이하기도 해요. 인간의 실존은 앞뒤가 맞지 않는 비논리적인 이야기예요.”
하이데거의 Da Sein을 이번 생애는 모두 이해 못할 것 같지만, ‘현존재인 내가 매일 죽었다 깨어나기를 반복한다’는 것은 수용한다. 다만 우리 모두의 안전한 실존을 위해 작동되어야하는 갖가지 필수적인 시스템의 현존재가 망가지고 있는지가... 문득 두렵다.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
하면 1, 안 하면 0. 요즘 힘을 내게 하는 계산법이다. 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라도 선택하기로 했지만, 혹시 바라는 일이 현실이 될지 모른다. 포기하지 않고 행동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주 아주 많아지면.
“모든 믿음이 시들해지는 순간이 있어. 인간에 대한 신뢰도 접어두고 싶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 같은 때가. 그럴 때가 바로 어쩔 수 없이 낙관주의자가 되어야 할 순간이지.“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다.

표지를 보다가, 오늘 평범하지 않은 개기월식이 있다는 걸 기억해냅니다.
가려지는 것일 뿐 달도 천왕성도 실존은 존재할 테지요.
이렇게 가끔 우리가 우주에서 산다는 걸 상기하는 일이 좋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