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레시피 - 남편의 집밥 26년
배지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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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하기도 해서 얼른 펼쳐보았다. 그리고 글을 쓰기까지 오래도 걸렸다. 제목과 부제를 보면 무슨 소리인가... 싶어 공감 부재의 상태로 읽기 시작할 글이다. 화목하고 평화롭고 다정한 가족의 모습은 사랑스러운 그림들로 더 빛난다.


 

소중한 관계일수록 깨어지지 않게 시간과 마음을 쏟는다.”

 

그저 먹을 수 있는 상차림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한식 상차림이다. 레시피를 좀 배워볼까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식재료부터 솜씨까지 어려울 듯하다. 건강식도 문제없이 만드시고, 시간이 부족한 날에도 거뜬하게 차려내는 너무나 겸손하신 26년차 요리사!

 

먹을 만해?”

 

남편분이 직접 쓰신 글이 아니고 자기주장이나 설명이 많은 책은 아니라서 남편분에 대한 궁금증이 무럭무럭 커졌다. 짐작할 수밖에 없는 것들을 생각의 화두로 삼았다. 집밥이란 무엇인가, 식사란 무엇인가, 관계란 무엇인가, 교육이란, 생존능력이란, 가사노동이란... 등등등...

 

내 부모는 집밥과 요리에 애를 쓰시는 분들이 아니었기에 나는 부채의식은 덜하나, 그리운 부모의 음식이나 집밥에 대한 향수가 없다. 대신 어릴 적 할머니가 먹여주시던 음식들이 그 자리에 빼곡하다. 그건 집밥이라기보다 명절음식과 특식이었다.

 

외할머니는 외삼촌 군대 보내기 전에 굴비와 소고기를 구웠다. 밥 뜸 들이는 가마솥의 뚜껑을 열고 파 쫑쫑 썰어 넣은 달걀 물이 든 스뎅('스테인리스'의 속어) 그릇을 가만히 쌀밥 위에 올려봤다. 할머니는 외가에서 보기 드물었던 분홍 소시지까지 달걀 물 입혀서 부쳤다. 혼자 먹기에는 너무 거창한 밥상이었다.”

 

가을이라고 특별히 식욕이 생기진 않지만, 올 해 가을에 그마나 변변치 않던 식욕을 많이 상실했다. 규칙적인 식사 습관이 무너지면 혈당 조절이 안 된다는 협박(?)에 억지로 음식을 씹어 넘기긴 하지만 고역이다. 그저께는 남은 음식 몇 조각을 오래 노려보다 기어이 못 먹었다.

 

공부도 독서도 글쓰기도 엉덩이의 힘이 중요하다. 먹는 것도 그렇다. 배불러도 식탁에 앉아서 숨 고르며 잡담을 하면 가짜 식욕이 생긴다.”


 

어차피 하루 한 끼 제대로 먹던 식사지만 고민은 된다. 주로 건조한 의학 관련 걱정들이다. 내장근육 감소로 심장은 괜찮을지... 하는 거. 지난달에 심장 MRI 검사를 받았고 안 죽을 테니 그냥 살라는 진단을 받았는데, 입맛과 식욕부재는 어떤 검사를 받아야할지.


 

집 밥이 주는 효능을 다는 모르지만, 힘들 때에도 힘을 내어 챙긴 식사는 분명 힘이 된다. 모두들 힘이 되는, 가능한 다른 생명과 지구에 덜 해로운 식사를 잘 챙겨 드시길 응원한다. 특히 슬픔과 분노에 힘겨우실 많은 유가족분들의 일상이... 강건하게 이어지길 간원한다.

 

제 글이 가라앉아서 그렇지 이 책에는 행복하고 맛있는 내용이 가득합니다. 덕분에 꿈꾸듯 잠시 편안하게 쉬고 즐겁게 웃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성품을 물려받은 강성옥 씨는 처자식에게 바라는 것 없이 너그럽다. (...) 뜨거운 가스 불 앞에 서는 여름에도, 숙취로 고생하는 이른 아침에도 밥하는 자기 처지를 한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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