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아름다운

마트료시카 ㅣ Dear 그림책
유은실 지음, 김지현 그림 / 사계절 / 2022년 9월

마트료시카 인형을 처음 개봉(?)한 경험이 꽤 선명합니다. 상당히 어릴 적이라 조금은 기괴한(?) 느낌에 살살 떨며 열고 또 열었습니다. 점점 작아지는데 점점 더 낯설어지는 이상한 기분... 더 이상 열 수 없는 마지막 인형이 나오자 비로소 안심이 되어 숨을 내 쉬었습니다.

다 다른 인형인데 같아 보이려고 애쓴 흔적 같은 채색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 이런 인형을 만들었을까, 먼 나라의 사람들의 생각이 낯선 강도만큼 궁금했습니다.

찾아보고 물어보니, 마트료시카матрёшка(농부인형 : 최초 제작자)의 어원은 어머니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 인형들은 어머니가 품은 자식들을 상징하다고. 가장 큰 인형이 어머니인 것이지요. 더 확장된 의미로는 삶을 품는 큰 존재라고도 합니다.

한 지역의 공예품에서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예술품으로 살아온 인형에 대해 환원주의적 태도를 고수할 필요는 없겠지요. 인형이 통상 몇 개가 있는지, 색감은 어때야 하는지 등등.

유은실 작가님의 전혀 쉽지만은 않은 글과 무척 섬세하고 정겨운 그림이 이렇게 조화롭다는 것이 함께 아름답습니다. 요즘에는 가방에 시집 한 권씩 넣어 다니는데, 시를 읽으면 늘 슬퍼집니다. 이 책을 한참 보고 있으니 흐렸던 슬픔이 맑게 분리됩니다.

일곱 인형, 일곱 자매, 각자의 삶, 각자의 이야기...

유은실님과 김지현님의 마트료시카는 나와 ‘나들’입니다. 한 사람이 태어나 자라며 경험한 모든 것이 부드럽게 스민 물감처럼 때론 번지고 때론 선명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마트료시카는 갓 태어난 딸아이가 되었다가, 몇 해 전 돌아가신 할머니가 되었다가, 내가 보아 온 모든 시절의 엄마가 되었다가, 내가 되기를 반복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조금 너그러워졌을지도 모르겠다.” 김지현

일곱이라는 숫자는 일생 동안 인간의 머리카락이 한 모공에서 새로 나는 숫자이기도 합니다. 이 정보를 알고 나서 빠진 머리카락은 몇 번째일까... 궁금해 하며 치우게 되었습니다. 머리카락만 그럴까요, 어쩌면 우리 생의 많은 것들이 그럴 지도 모른단 생각도 해봅니다.

생명, 꽃, 풍경, 집, 영혼, 숲... 이야기, 그림... 모두 아름다운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