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 소멸하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
대니얼 셰럴 지음, 허형은 옮김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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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편지 형식의 글을 이틀 동안 읽습니다주제의 접점은 있지만두 작품 모두 에세이인데 느낌은 다릅니다어쩌면 이런 내용의 편지를 제 짐작보다 많은 이들이 누군가에게 미래에게 보내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목격한 현실에서 젊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 중에 절망과 슬픔이 큽니다막 즐기며 살진 않았는데 기성세대인 저는 부끄러움과 수치심과 미안함과 무력감을 느끼며 삽니다대멸종은 얼마나 가속될까요. ‘슬로모션 응급사태란 구절이 아픕니다.

 

그래도 저는 저자가 찾은 희망의 이야기만 남기려합니다뭐라도 하는 분들이 많으니 절망과 좌절과 포기는 마지막에 하면 되겠지요기후문제로 생사의 기로에 선 사람들저항 운동을 생존의 문제로써 벌이고 있는 청년 연합녹색업계화석연로 반대 투쟁가들과학계와 종교계 리더들지역주민노동조합원들텃밭 농부들이웃집 할머니들...

 

저자 대니얼 셰럴이 활동하는 미국의 환경단체 NY리뉴스(NY Rebews)는 2019년 미국 뉴욕주에서 기후정의 법안을 정식 통과시켰습니다.

 

너를 몰락하고 있는 세계로 데려오기로 한다면 그 이유를 너에게 솔직하게 말해줄 의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데려오기로 한 결정만이 아니라 그 배경정황 전체를 말이야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무엇을 읽었으며어떤 기분을 느꼈고 또 어쩌다가 무력감을 느꼈는지어디에서 믿음을 되찾았고 또 어느 부분에서 의심을 품었는지 전부 다그리고 희망을 유지하는 것이마냥 올라가는 수은주에도 불구하고 너를 실현 가능한 대상으로 남겨두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도.”

 

이 편지 내용은 네가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도록 해거부하든가뒤집어엎든가고쳐 쓰든가확장하든가무시해도 돼. (뭐가 됐든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너에게 편지를 쓰면서 현실에 살게 됐고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돌리지 않고도 그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 됐단다.”

 

미래에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대에게 보내는 편지글에남의 편지에미어지듯 아픈 이유는 무엇일까요담담하게 자신의 고뇌를 우아한 인문학적 사유로 글로 풀어내는 저자가 당혹해할 지도 모를 일입니다분석할 기운이 없습니다미래를 떠올리는 일이 왜 즐겁고 설레지 않고 슬픈지...

 

화석연료 산업은 설계상 목표로 지정된 바를 좇느라 인류를 황폐화하고 있고 이를 위해 화석 연료 업계는 수백 명을 죽이고 생태계 일체를 괴멸하고 주거 불가능한 수준으로 지구를 뜨겁게 달굴 태세가그리고 자신들을 가로막는 모든 정부에 뇌물을 먹이거나 그들을 고소하거나 포섭할 만반의 태세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저는 피로해서 화 낼 기운이 없고 저자는 여전히 단단한 의지로 포기하지 않고 직시하고 해야 할 일을 계속하겠다고 단정하게 써나갑니다.

 

알아채 주세요! #알아채기의 기술*

 

가만히 서서 보기만 하는 능력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은 책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당혹감과 놀라움을 받아들이는 능력.

 

우리 삶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다른 유기체들이 있는데 그것들이 항상 자원처럼 굴지는 않거든요.” - 풀과 동물을 알아채는 능력의 중요성인류학자 애나 칭(Anna Tsing)

 





대의와 사적 행복 사이의 고뇌젊음이 고민스럽지 않으면 좋겠단 마음과 그 고뇌가 만들어갈 존경스러운 인물을 함께 느낍니다.

 

사소한 나의 노력과 선택이 후손들이 너무 혹독하고 가혹한 계절을 피할 수 있게 하길조금만 더 준비할 시간을 늘려주길태어난 이들이 충분히 오래 살 기회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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