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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연습을 시작합니다 - 청소년 심리와 자기 돌봄 ㅣ 발견의 첫걸음 2
하지현 지음 / 창비 / 2022년 10월
평점 :
언어가 중요한 소통수단인 인간으로서는 분화하고 섬세해지고 강력해지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어휘가 부족한 시기가 참 어렵습니다. 어른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살다 보면 반복적으로 특정 어휘 몇 개를 사용한다는 ‘발견’을 하곤 합니다.
새로운 레시피북을 사도 결국 먹던 것만 먹게 되는 악순환처럼 느껴질 때도 있고, 독서나 필사로는 내 어휘가 되지 않아 극도로 느린 확장이 힘겹기도 합니다. 그러니 청소년들이 여러 어려움을 감정적으로 경험하고 있을 때는 일단 잘 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정신의학 전문의의 책이라 기대가 컸습니다. 십 대 두 명과 어쩌면 감정 연습이 더 필요한 제가 함께 읽어 보았습니다. 적당한 이론과 많은 사례(데이터)를 통해 배우는 방식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반갑게 읽었습니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는 감정에도 예외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북클럽장이신 김영하 작가께서 ‘짜증’이란 단어를 빼고 자신의 감정/상태를 표현하라고 하셨던 것과, 예전에 융 심리학 강의 들을 때, ‘우울하다’말고 다른 구체적인 표현을 하라던 일도 기억납니다. 어찌 보면 짜증과 우울은 텅 빈 말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정확한 표현이 아닌 사용은 결국 자신의 감정조차 혼동하고 오해하게 만들 수 있고, 차이를 변별하지 못하는 반응 역시 행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에 화를 내는 사람, 대화하는 법을 모르는 감정적인 반응 역시 연결점이 있다고 봅니다.
가장 안심이 되고 좋았던 것은 저자가 ‘필요 없는 감정은 없다’라고 한 것입니다. 자신의 감정을 무시당하고 부정당하다면 더욱 감정적인 대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수용 이후에 차근차근 세심하게 자신의 감정을 알아보고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감정’의 영역은 늘 그렇듯 실천이 참 어렵습니다. 수많은 책과 강연이 있으니 우리는 어쩌면 이론에 관해서는 다들 준전문가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매번 달라지는 상황에서 감정적 반응과 대처는 정말 많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다시 한 번 ‘연습만이 살 길이다’라고 말해봅니다.
행복과 용기에 관한 내용은 불만과 답답함을 잠시 가둬두고 차분하게 읽으며 현재와 현실을 기억해내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늘 상대비교를 하며 내 행복을 확인하는 일은 그다지 윤리적이지 않지만, 불안을 제외하면 무척이나 안전하고 별 일 없는 일상을 누리고 있습니다.
저항하고 극복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들은 참 많지만, 쓸모없다고 부정해도 되는 감정은 없다는 저자의 원칙에 따라 두려움 또한 수치스러운 일로 취급받지 않습니다. 두려움을 못 느낀다면 오래 전에 인간은 생존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십 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감정을 설명하고 위안을 주는 책이지만, 늘 그렇듯이 독서대상연령은 얼마든지 유동적입니다. 사춘기도 무섭지만 갱년기도 두렵고, 감정적이 되는 상황을 두려워하는 제게는 도움이 되었습니다.
! 청소년 필독서인데 청소년은 읽기만 하고 갱년기 독자가 읽고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