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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시티 파워 - 다양성은 어떻게 능력주의를 뛰어넘는가
매슈 사이드 지음, 문직섭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능력주의’ 자체가 수많은 신화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과거/입시제도처럼 한계가 분명하지만 다른 대안보다 쉬워서, 이미 공고한 이익관계가 있어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절대기준처럼 남용되는 제도는 현실에 적지 않다.
묘하지만 설득력 있는 현상은 철학/교육/ 정치 영역이 아니라 기업/산업 사회에서 능력주의에 대한 비판과 분석과 대안 제기가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이는 ‘진짜’ 이익 계산에 밝고 숫자에 강한 집단 특성이기도 해서 한편 다행이고 한편 씁쓸하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사례, 실험, 보고서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론과 논쟁은 충분하고도 넘쳤다. 사회과학 분야도 자연과학처럼 ‘실증(사례)’을 놓고 판단하고 설득하는 일이 통용방식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괴변과 억지가 설 자리가 줄어든다.
“이 책을 구성하는 개념들, 즉 집단 두뇌, 대중의 지혜, 심리적 안전감, 재결합적 혁신, 동종 선호, 네트워크 이론, 매끄러운 동종 어울림의 위험은 전체론적이다. 이 개념들을 구성하는 내용은 부분이 아니라 전체에서 나타난다. 이는 우리의 가장 긴급한 문제들이 개인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시대, 즉 집단지성이 가장 중요한 존재로 떠오르는 시대에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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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모두 이민자들이다. 근대국가가 정립되고 국경선이 선명해지고 여권이 발부되기 전에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여전히 이동하며 살아간다. 한국의 단일민족 신화도 유전자 검사로 부정되었다. 문제는 작위적으로 이루어지는 분리와 배제와 자기 복제이다.
능력주의에 기반을 둔 시험에 뛰어난 개인들이 주로 모인 집단은 자기복제그룹이고 거의 동종이다. 중산층, 백인남성, 개신교가 지배한 근현대 사회가 현재 도착한 곳의 심각한 위기상황은 사회 분야에서 다양성확보의 실패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수백 년간 아이디어 네트워크에서 여성이 제외된 결과 여성만 사회적으로 불공평한 것이 아니라 인구의 절반에서 나올 수 있는 통찰, 다양한 관점과 정보로부터 남성을 단절시킴으로써 남성들의 창의성도 크게 감소시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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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윤리적 차원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멍청한 향방이었다는 것이다. 이익 집단과 수익 산업을 받드는 이들에게도 더 효율적인 개념이 ‘다양성’이다. 속이 시원하다. 남성들 중에서도 다시 소수의 동종집단의 아이디어에 얼마나 많은 창의성이 있을 수 있었을지 한계는 뚜렷하다.
수백 년의 과오에 더해 저자가 지적하는 ‘메아리효과’ ‘에코체임버’의 위험성도 현실적으로 가시화된 위협으로 느껴질 정도로 명백한 위험이다. 정보 접근이 확대되고 쉬워지고 매개수단으로서의 기술이 발전하면, 적어도 정보민주화는 가능할 것이란 믿음은 순진했다.
SNS는 사실이나 진실보다 가짜뉴스를 퍼트리는데 최적화한 기술공간으로 채워진다. ‘단톡방’이란 공간의 메아리효과를 상기해보면, 인류역사에서 가장 강력한 가스라이팅 범죄현장이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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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지적과 반박사례, 대안과 극복방안까지 모두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는 점이 끝까지 좋았다. 경험과 역사에서 우리가 배우고 바뀌고/바꿀 수 있다면 이 책은 중요한 자료로서 그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 근래에 ‘신경다양성’이란 혁명과 과제 둘 다로서의 표현을 만났고, 이 책에서 ‘인지다양성’에 대해 배웠다. ‘다양성’이란 고안한 개념이 아니라 원래부터 현실이었으며 인류가 오래 부정한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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