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의 밤
블레이크 크라우치 지음, 이은주 옮김 / 푸른숲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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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SF 장르에 액션 스릴러! 드라마 제작 확정된 원작 소설이라면 최고로 즐거운 독서겠지요. 분명 나른하고 무거운 몸이 확 깨어나는 전개와 반전들이 있을 거라 기대하며 펼쳤습니다. 자잘한 것이 아니라 묵직하게 큰 펀치를 날리는 설정들이 시작부터 등장합니다.

 

납치, 약물 주사, 기절, 정신을 차리니 14개월이 지났다고?

 

꿈속도 망상도 아니고 가스라이팅도 조작도 아니고 아예 다른 세계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악몽 - 저만 그럴 수도 - 인 바로 나 자신과의 대결입니다. 제이슨을 납치한 범인이 제이슨2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세계에 사는 나와 같은 존재가 나를 납치할 수도 있고, 삶 자체를 빼앗고 나를 또 다른 세계로 보내버릴 수도 있습니다. 끔찍합니다. 기본적으로 지능도 체력도 동일한데 저쪽이 명백한 의도를 지닌 자라면 어떻게 싸워 이기나요.

 

묘하게도 며칠 전에 사용한 단어인 다중 우주가 등장합니다. 524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은 이전에 본 어떤 SF영화보다 더 실재적이고 섬세한 방식으로 독자가 다중 우주가 배경인 작품 세계를 경험하게 합니다.

 

! 원제는 무려 Dark Matter 암흑 물질

 

후회가 많아서 혹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리는 장치는 많이 활용되어왔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과학자 제이슨2가 직업 시공간을 이어 다른 세계들을 연결해 주는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그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사는 게 행복해?”


 

SF의 오랜 팬으로서 이 장르의 작품들이 현실의 우리에게 주는 경고에 관심이 많습니다. 설정이 극적이지만, 현실의 우리도 유사하게 작품 속 사건들과 같은 경험을 합니다. 예상 못한 일로 이전의 삶이 갑자기 달라지거나 파괴되고, 아무리 애써도 설득하기 힘든 자신과의 내적 투쟁을 하고, 지난 일에 대한 후회와 집착으로 더 큰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니까요.


 

어떤 세계에 도착할지 모른다는 것은 우리가 한 과거의 선택들이 현재를 만들었고, 현재의 선택들이 미래를 결정하는 현실과 동일합니다. 무언가를 하면세상에 개입하는 것이고, 세계는 내가 개입하기 전과는 필연적으로 달라집니다.

 

이런 (양자 과학적)사실이 희망의 메시지에 더 가깝게 들리나요?

혹은 예측 불가능한 혼돈의 상태가 떠오르나요?


 

주인공도 세계도 무한확장이 가능한 이 소설은 장수 시리즈를 양산하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 다중 우주를 설득력 있게 상상하고 묘사할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재밌고 강렬해서 잠도 다 깨고 즐거웠는데... 다 읽고 나니 문득 울컥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가장 훌륭한 버전의 나로 사는 것이겠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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