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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만 모르는 비밀 하나 - 나를 응원하는 작은 목소리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9월
평점 :
<나라면 나와 결혼할까?>의 저자이다. 심리학의 여러 주제들을 버무리는 대중서와는 좀 다르게 심리학적 주장과 질문에 집중해서 유쾌하고 날카롭게 의견을 전개하는 필력이 있다. 취향의 문제를 영리하게 대비시키며, 문제는 취향 차이가 아니라는 것을 차근차근 설득한다.
“너는 내 앞에 앉아서, 젊고 생기 넘치는 얼굴에 당혹감을 가득 담고, 순진무구하게 두 눈을 깜박이며 물었지. “왜 돈을 벌어야 해요?”
“만약 스스로 벌지 않으면 누구 돈을 쓸 생각이야? (...) 그렇다면 평생 잊지 말아야 할 주문이 있어. (...) 미안한데 돈 좀 줄 수 있어…?”
내 부모가 먼저 제안한 것도 아닌데 나는 경제적 독립이 급했다. 정신적 독립에 선행하는 필수이기도 하고, 법적 성인이라는데 언제까지 부모 돈으로 살아야하는지도 어색했고, 부모의 뜻과 일치하지 않는 진로를 택하는데 부모에게 돈을 요구하는 게 맞는지도 고민이 되었다.
그렇다고 불굴의 의지로 완전한 경제적 독립을 당장 이룬 것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경제적으로 홀가분하고 자유롭고 싶다는 이유 덕분에 정말 하기 싫은 과외도 조교도 할 수 있었던 건 맞다. 아르바이트로 감당할 수 없는 유학에 대해서는 내가 합법적으로 언젠가 받게 될 유산을 미리 받겠다고 말씀드렸다.
편안한 환경에서 생존을 위협받지 않고 책임지지도 않고 부모를 부양할 부담도 없어서 나 혼자만 그럭저럭 감당하면 되는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내 미약한 노력이 무용하지는 않아서 타인에게 완전히 의지하거나 더 나쁘게는 희생을 요구했다는 심정적으로 감당이 불가능한 빚을 지지 않은 건 ‘내게’ 분명 다행한 일이다.
“‘정갈함’은 물질적 극치가 아니라 정신적 극치이며, 억지로 꾸며 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오랫동안 진심으로 추구하고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결과다. 정갈한 삶의 본질이란 결국, 구석구석 제 손으로 돌보고 꾸린 편안한 공간에서 잠들고 깨며, 평범한 매일을 좀 더 충만하고 건실한 하루로 만들어가는 데 있다.”
나는 왜 단정 깔끔에 집착할까. 정신이 복잡하고 세상이 엉망인데 그것들을 정리하기 어렵고 불가능하니 적어도 내가 머무는 공간은 관리 가능하길 바라는 투영 같다. 그렇다고 멸균 살균 이런 쪽은 아니다. 그저 정리가 되지 않은 산만한 상태를 못 견딘다.
“일하고 있다면 더 열심히 살 방법을 궁리해. 일하기 힘들고 사장이 치사하고 동료들이 뭣 같아도, 화가 나고 눈물 나고 이가 갈려도 버텨. 버티는 거야. (...) 버티고 버티며 여기까지 오는 동안 알게 되고, 깨닫고, 이해하고, 갖게 된 것이 돈 말고도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나이가 드니 무서워서 이를 갈거나 악무는 일은 못한다. 적어도 직장에서 더 열심히 살 방법을 궁리하지는 않는다. 시간을 견딘 사람들이 갖는 힘은 존경하지만 그보다는 하루 빨리 떠나고 싶다. 곧 내 삶의 티핑포인트가 닥칠 듯하다.
인생은 답이 없고 자유 주제 글쓰기! 누가 점수를 정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 느끼는 평가만큼 아프지는 않을 것이다. 부디 베낀 게 적기를 나답게authentic 산 시간이 더 많기를 바랄 뿐.
“‘인생에는 때맞춰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는 논리는 알고 보면 근거가 상당히 빈약하다. 그 논리대로라면 (...) 죽는 것도 때맞춰 죽어야 하나? ‘이제 돌아가실 때가 되었으니 눈치 없게 질질 끌지 말고 얼른 돌아가십쇼’, 할 텐가?”
이전 책에서보다 좀 더 직설적이고 과격해져서 더 재밌다. 가능한 어릴 적에 더 재밌게 지내고, 더 젊을 적에 즐거운 일들을 많이 하고 살기를,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감성도 수용력도 경험에서 배우는 정도도 다르고, 무엇보다 감각기관과 체력이 다르다. 어릴 때 젊은 때 신나게 놀고 경험하고 나이 들어 일하는 게 맞다.
“나는 깨닫지 못하지만 내가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도록 보이지 않게 돕는 우렁각시 같은 이가, 삶의 곳곳에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