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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개 보드리 - 전쟁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었습니다 ㅣ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헤디 프리드 지음, 스티나 비르센 그림, 류재향 옮김 / 우리학교 / 2022년 8월
평점 :
우주에는 계획도 의미도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은 순간들이 있다. 느긋하고 게으른 기분으로 그림책을 펼쳤다가 존재와 삶과 현실을 뒤집어 털며 반성하는 일이 생긴다.
시시한 삶인데도 일상은 번다하고 대체로 피곤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잊고 놀고 쉬고 싶은데,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을 거는... 다정하고 부드러운 표지로 위장한(?) 문학을 만났다.
내 나라 일이라도 시간대가 다르면... 나라 잃은 설움, 식민지의 한스러운 삶, 참혹한 전쟁, 이념을 구실로 한 학살, 거대한 희생, 숨 막히는 그리움, 심장을 질식시키는 눈물에 대해 내가 뭘 알까.
남의 나라 사정도 그렇다. 잠시 분노했을 뿐... 전쟁에 소모될 자산은 미래를 위해 쓰일 거였다고, 더불어 나도 인류의 구성원으로 수치스럽다고 화를 내었을 뿐, 아직 멈추지 못한 전쟁을 견디는 이들에 대해 내가 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내가 우리가 잊지 않으면, 무고한 억울함과 잘못된 역사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결심하면,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 걸까, 진실로. 무력함은 참 무섭고 지친다.
아무리 지금 여기가 수치스럽고 싫어도 그 시대에 그 나라에 태어나지 않아서, 나는 겪지 않게 된 비극 대신 지극히 안전한 삶을 살고 있다. 생존과 무관한 불평 불만이 가득할 뿐. 그러니 가끔은 안도하지 말라고 예민하게 세상을 살피는 작가들이 선물을 전해준다.
“나는 보드리에게 마침내 전쟁이 끝났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아돌프 히틀러가 죽었다고요.”
나도 마침내 전쟁이 끝났다고
전쟁을 일으키고 도운 자들은 모두 다 죽었다고
그들을 위해 꼭 맞춤한 지옥이 생겨났다고
그러니 죽어서도 고통 받을 거라고
하루 빨리 말하고 싶다.
! 전쟁을 수단으로 활용하는, 염두에 두는 인간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범죄자입니다.
! 이 책의 판매 수익금 일부는 전쟁으로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 피해 아동을 위해 사용됩니다.
! 저자 헤디 프리드와 그림을 그린 스티나 비르센과 역자 류재향의 말과 삶을 찾아봐 주세요.
<Historien om Bodri> 원제 : 보드리의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