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 왕 1 - 젤레즈니 여왕 데네브가 한 곳에서 새로운 별이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대장장이 왕 1
허교범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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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2일 가제본을 읽고 글을 올렸다. 8월말 계획대로 무사히 출간된 것이 기쁘다검은 색 표지도 상상을 돕는 효과가 없지 않았는데출간본의 화려한 색감이 판타지 문학으로 초대하는 반가운 입장권 같다.

 

그새 이름들이 가물가물하다마치 짐작하고 숙고한 선택인 듯 맥락이 더 분명하게 구분되는 정식본 구성이 반갑다. 1권이라 인류의 탄생이라는 대서사의 시작을 튼실하게 쌓아올리는 단계의 이야기다.

 

인류사를 다루는 문학이니문명의 모든 기록들을 살펴보고 참고한 듯 상징도 스토리도 모티프도 다양하고 풍성하다드라마도 완결 후에 보는 것이 좋으니 이제 1권이라는 점에 갈증이 심하다일 년에 두 권 정도를 출간해주시는 속도라면 잘 참고(?) 기다릴 수 있을 듯!

 

사건과 서사의 발단이 되는 인간 행위선택이라는 것이 재독을 하는 중에 더 무겁게 다가온다과거의 모든 선택이 현실의 위기를 만들었고현재의 모든 선택이 미래를 결정한다는 사실이 엄중한 시절이라 그런가보다.

 

어째서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어째서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어째서 저를 선택하셨습니까?”

 

너를 골랐던 것은그리고 너를 지키지 못한 것은.”

가르젠은 힘겹게 말을 잇는다.

내 잘못이었다.”

 

한 가정 내에서도 가족 모두의 생각이 다르니한 사회와 동시대라고 해서 합의가 쉬울리 없다각자의 형편과 생각에 따라 모두 다른 선택을 하면 사는데, ‘사회망이라는 말처럼 그물망 속에서 여러 결과를 엮어가는 과정이 신비롭다.

 

한 인간이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어지금이라면 황제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겠지만 10년 후에는 너무 늦을 거야.”

 

그러면 어째서 위대한 내가 예언을 초월하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지너도 그 말이 미래에 실현될 거라고 믿는 거야?"

 

한 인간이 모든 것을 좌우할 수는 없지만 방해할 수는 있고그 계획 역시 어떤 뜻밖의 결과를 야기할지 도착할 때까지 모른다어쩌면 실현을 위한 가장 강력한 힘이란계시든 예언이든 굳게 믿고 그 방향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숫자와 행동이 아닐까?

 

문득 판타지에서 빠져나오는 현실 소환하는 대화를 만나 화들짝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개념도 방법도 다 아는 인간이 왜 이리 실행이 무력한지에 대해서도 애통했다기대와 희망에 천착하지 않으려 결심한 후라 인간의 가치 유무에 함께 목소리를 높일 수 없어 아쉬웠다.

 

우리처럼 일하지 않는 자들은 가끔 목숨을 걸어 주어야 하는 거야.” 림은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 인간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예언은 일견 운명에 누군가의 생애를 칭칭 얽어매는 구속처럼 느껴왔는데오히려 인간은 예언이라는 결정과 선택이 완료된 이후부터 생이 더 자유롭게 되는 것인가 싶다낯선 깨달음처럼 한편 홀가분하고 시원한 기분으로 주인공을 만난다.

 

형 덕분에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나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어그동안 자유롭게 날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금 큰 새장에 갇혀 있었던 거야. (...) 이제 자유롭게 되었으니 다시 새장에 들어갈 일은 없어여기 이렇게 나타난 것은 형에게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서야.”

 

현실처럼 작품 속에서도 전쟁은 그치지 않고평화는 늘 유효 기간이 짧고인간은 생존을 도모하기 위해 감정의 가장 깊은 본질까지 드러내며 사투를 벌인다판타지는 현실과 그리 멀지 않다인간들의 면면이 기시감이 들 정도로 익숙하니까.

 

2권 주세요하루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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