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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엉뚱한 세금 이야기 - 세금은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가?
오무라 오지로 지음, 김지혜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9월
평점 :
목차를 보는 재미도 크고 저자의 이력도 흥미롭다. 국세 조사관이자 법인 담당 조사관이며 역사서를 30권 넘게 출간하였다. 한 가지 주제로 통시적으로 인간의 역사를 보는 일은 가볍고 재밌다. 인간이 살아오면서 한 일을 살펴보면 정체(성)가 조금 파악되기도 한다.
일단 그 자체로 조사목록처럼 보이는 목차를 본다. 알던 것보다 낯선 것들이 많아서 좋다. 역시 인간은 이해하기엔 지나치게 엉뚱하고 세상 역시 한 눈에 파악되기엔 예상 밖의 풍경이다. 모임만 만들어도 운영 회비가 필요하니, 세금은 당연하고 필수적이다.
다만 세금을 부과하는 대상이 기발하고 나름의 이유가 또 타당하며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가 놀랍다. 역사서를 읽다보면 사는 일이 더 헷갈린다. 그래서 계획을 세우는 것이 맞는가 혹은 다 부질없는 것인가 혹은 인간의 역사는 얼마나 우연의 산물일까.
회비로 운영되는 다양한 모임들은 내가 선택하고 탈퇴할 수 있지만, 생득적으로 속한 국가에서는 국적을 포기하거나 죽기 전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살 방법은 없다. 직접세가 간접세보다 저항이 강하다고 하지만 그건 조삼모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세금 내기 싫은 이유는 무엇일까. 전부는 아닐지라도 세금이 쓰이는 용도가 불분명하고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크지 않을까. 특히 세금을 유용하고 도둑질하는 일이 몇 십 년째 이어져 온 한국에서는 납세에 대한 자부심보다 저항감이 아주 크다. 서글픈 일이고 크나큰 비극이다.
10년간 국세 조사관으로 일하며 일본 사회의 세금의 실체를 알게 된 저자는, 관심을 확장하여 세금의 역사에 관해서도 공부했다. 단지 세금의 종류가 변화한 내용이 아니라, 의도하지 않았던 세금의 역할, 세금으로 인해 역사가 크게 변한 순간들을 정리하였다.
세금이 탄생하고 납세자들의 저항이 크고 부작용이 많아서 세계사의 흐름이 바뀐 이야기를 따라 읽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거부감이 더 커지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분야에서 역사 지식이 늘어나는 즐거움도 크고 세상을 보는 다른 안경을 하나 찾은 기분이다.
목차와 내용을 살펴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터무니없는 세금 항목들을 찾아보는 일도 꽤 재밌는 놀이다.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 세금을 받고 해적 행위를 승인한 영국 여왕의 결정
“영국은 해적선의 약탈 행위를 승인하는 대신 노획품의 5분의 1을 국고에 바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 반대로 말하면 국가가 노획품의 5분의 1을 ‘해적세’로 납부한 이들의 약탈 행위를 눈감아준다는 뜻이었다. 그러자 너나할 거 없이 바다 사나이들은 모두 해적이 됐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도 이런 배경을 바탕으로 탄생했다.”
- 여성이 자신의 가슴을 가리는데도 세금을 부과한 제국주의 영국
“유방세는 신분이 낮은 여성이 거리를 다닐 때 유방을 감추고 싶다면 내야 하는 세금이었다. 유방세를 내지 않으면 사람들 앞에서 유방을 가릴 수 없었다. 세액은 유방의 크기에 따라 정해졌다. 과세 대상이 된 여성은 스무 살이 되면 관리에게 유방을 측정 당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 원천징수제
“직장인의 급여는 ‘원천징수’된 세금을 공제하고 실수령액만 지급된다. 소득세 외 각종 세금을 미리 공제하고 실수령액만 통장에 입금되는 것이다. 이 제도의 원형은 나치스다.”
어쨌든 납세는 국가의 존망에 결정적이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거의 매일 세수 조정에 관한 보도가 나온다. 저자 역시 이제껏 운영된 세금 제도들을 살펴보고, 현재의 세금제도들을 이해하고 선별해서 지식정보로서 제공한다. 납세자/국민의 세금 감시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여러모로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