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수련 마음 단단 - 검도 인생 20년 차, 죽도를 죽도록 휘두르며 깨달은 것들
이소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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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성실하게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삶을 사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결과를 보기 전에도 그런 태도를 가진 이들을 보는 것이 좋다. 억지도 무리도 없이 그렇게 단정하게 일상을 닦아내듯 만들어가는 이들의 동료가 되고 싶다.

 

출발선도 환경도 달라서 평등도 공정도 어려운 현실에서, 안타까워하고 바로 잡기는커녕, 도중에 새치기를 하고 가로채기를 하고 타인을 넘어뜨리고 함정에 빠트리고 수확물만 빼앗는 협잡꾼들과 사기꾼들이 역겹다.

 

농담이든 진담이든 인생 한 방! 이런 유의 포부를 밝히는 이들이 좋지 않다. 그 한 방이 요행인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반칙이자 불법 거래이기 때문이다. 직접 도전해본 적 없이 늘 결과물만 탐을 내었으니 타이틀을 단 인간 자체는 더욱더 저질스러워진다.

 

저는 되어가는 사람이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교 학부 때 1년 선배가 여성 검도인이었다. 굳게 쥔 손마디처럼 표정도 야무지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그리고는 살면서 여성 검도인을 본 적이 없다. 소문도 들어본 적이 없다. 이 책에서 만난 저자가 가장 상세히 알게 된 처음이다.

 

검도를 대하는 마음은 작아지거나 커지길 반복한다. 그 크기가 어느 정도든 웬만하면 도장에 가서 죽도를 휘두른다. 그렇게 검도하는 나는 일상이 되었다.”

 

경험하지 않아 잘은 모르지만, 20년간 꾸준하게 해온 이유가 이기기위해서는 아닌 듯하다. 무엇이 좋았을까. 맞고 때리고 하는 운동이 무서운 나는 아마 시도하지 않을 테지만, 그래서 더 집중할 수 있는 면은 분명 있을 것이다. 인터뷰라면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다.

 

마음이 재처럼 닳아버린 어른한테는 로망이 낯설다. 아니 낯설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 사회생활에서 쪼그라드는 어른들에게도 신나서 껑충 뛰어오를 유치함이 있었으면. 그들이 검도장에서만큼은 자기 자신을 활짝 펼쳤으면.”

 

얼마나 많이 맞았을까. 그래도 계속했다는 건 그걸 견디면 무언가 다른 것이 있기 때문이겠지. 상상 속에서도 정말 두렵지만, 그래서 대단하게 느껴진다. 저자가 검도를 배우기 위해 애쓴 모든 시간이 근사한 업적처럼 느껴진다.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벽처럼 무너진다면 좀 더 회복 탄력성이 생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깨지고 또 새로워질 수 있기를. (...) 부서짐과 단단해짐의 반복, 그 어디쯤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얻을지 모르니까.”

 

꾸준함과 수용은 혼자서도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나와 검을 맞대어줄 상대는 타인이다. 그래서 저자가 동료 얘기에 애정을 담았구나 싶은, 조금은 간지럽고 따뜻한 풍경을 조금 본 듯도 하다.



나도 겁이 많은데, 기본기를 다지는 시간보다 외면하는 시간이 더 많았던 삶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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