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퇴근하겠습니다 - 좋아하는 것을 안다는 행운
이미진 지음 / 생각정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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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가고 싶다.

바다로 간 친구가 그토록 화를 내지 않았다면 갈 수도 있었을까.

 

교육이고 xx이고 다 집어치우고

쓰레기 안 만드는 교육,

안 사는 교육,

안 버리는 교육만 시켜야 한다고

바다도 못 가고 해변에 쓰레기도 못 버린 내게 화를 냈다.

 

어제 불면의 밤을 보내서 오늘은 일찍 잠들고 싶었는데

카페인 없이도 정신이 또렷한 게 느껴지니 못 잘 것도 같다.

운이 좋아 상당히 오래 밤잠을 누렸는데

옛 친구 불면이 다시 찾아온 건지 실은 조금 겁이 난다.

 

어떻게 바다로 퇴근하게 되었을까, 벌써 가을밤 같은 늦은 밤에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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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간의 신입연수 때부터 우리는 살아남기를 배웠다. 동기들은 하나같이 특별해 보였다. () 돈도 없고 특별한 재능이나 경력도 없던 나는 그저 미친 듯이 술을 먹었고, 그렇게라도 돋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되는 것일까. 낫지 않으면 어떡하지. 평생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하고 싶은 이라 설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이 나는 좋았다. 그러나 꿈을 이룬 뒤의 삶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그런 것까지 생각하기에 나는 너무 근시안적인 인간이었다.”

 

퇴사 선언을 하고 며칠 뒤, 어느 부장님이 물었다. “하와이 이민 간다는 소문이 있던데?” 호주 워킹홀리데이는 어느새 하와이 이민으로 둔갑해 있었다. 아무려면 어때. (...) 그렇게 42개월간의 직장생활에 종지부를 찍었다. 시원섭섭하지 않냐고들 물었는데, ‘시원후련했다. 설렘은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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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으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저자와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서 그렇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간절함에 대해 온전히 알 수가 없어서 섭섭해서 그렇다. 아파서, 나를 아프게 하는 곳과 사람들을 떠나는 용기, 도착한 곳이 바다와 햇빛과 서핑이라서 눈부시게 푸르다.

 

그뿐만이 아니라 책이라는 결과물로 나왔듯, 자신의 경험을 가장 생생하게 전달하는 쓰기의 힘도 가졌다. 잠시 걱정했는데 기우라고 믿고 싶다. 나보다 강한 사람을 걱정하는 일은 민망하고 주제넘은 짓이다.

 

하고 싶은 게 있어서, 하지 못해서 우리는 병이 든다. 하고 싶은 게 없으면, 간절한 게 없으면, 중요한 것들이 없으면, 힘을 다해 부딪혀본 적이 없으면 아플 일도 없다. 아이러니인데, 나으면 된다. 누가 그랬더라, 나를 죽이지 못하는 모든 것은 나를 강하게 한다고.

 

다소 극단적이고 극한적이지만, 누구나 자신이 맞닥뜨린 어려운 상황이 가장 괴롭고 힘이 든다. ‘죽을 만큼이란 상황에 객관적 기준 따위는 없다. 좋아하는 게 있어서 천만다행이다. 하기로 결정해서 만만다행이다.




바다로 퇴근 잘 하시길, 파도를 고르며 감당할 수 있는 일들만 잘 골라내시길, 라이딩하는 순간에는 퇴근 전 모든 잡다한 지난 일들을 잊고 즐겁기를. 바다가 보고 싶은데, 나는 내 집 어디를 뒤적거려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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