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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황인 것 같아서 불안합니다 ㅣ 손바닥 마음 클리닉 2
김한준.오진승.이재병 지음 / 카시오페아 / 2022년 8월
평점 :
‘손바닥’ 시리즈에 딱 맞는 힘들 때도 무겁지 않게 손을 뻗어 펼칠 수 있는 가벼운 책이다. 첫 책 우울증에 대한 이론과 사례를 쉽고 깔끔하고 불필요한 것들이 안 보이는 편집으로 출간해주셔서 감사하고 유용했다.
불안과 두려움 없이 살기가 쉽지 않은 시절에 만난 두 번째 책 역시 덥석 반갑고 감사하다. 뉴스를 이틀 정도 봤더니 이미 다 망한 것 같단 생각에 울화와 절망 사이에서 허우적거리게 되었다. 얼른 끊고 나름 회복 중이다.
“현재까지 의학계는 공황장애의 발생 원인을 복합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전적 요인이 있는 사람이 환경적 트리거를 경험하게 되면 발병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 유전적 · 환경적 · 심리적 · 성격적 · 신경 화학적 요인
내가 안 보고 모른다고 좋아지는 일은 하나 없겠지만, 그 지옥에서 옳다고 믿고 바른 일을 해나가려는 분들께도 미안하지만, 일상을 망가뜨릴까봐 겁이 나니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내가 본다고 뭐가 달라질까 하는 변명도 재빨리 찾아두었다.
“'회피행동'은 공황발작이 발생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은 물론, 그보다 더 광범위한 상황마저 피함으로써 공황발작이 일어날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행동입니다.”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에서 10명 중 1명이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는데, 이 통계가 맞다면 그 10%의 사람들 중 꽤 많은 이들이 나와 주변이 계시는 듯도 하다. 공황을 겪은 분들도, 이제는 발작까지 가지 않고 사시는 분들도 계신다.
“잠잠하다 싶으면 다시 시작되는 증상들을 보면서 도대체 언제 끝나나 지겨워하는 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증상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삼으면 완치가 어렵습니다. 증상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공황장애에 대해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 스스로 생각과 감정을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합니다.”
불안이 급증하면 그 불안을 다스리기 위한 체력 소모가 너무 커서 다른 일상을 살기가 더 어렵다. 현대인들이 가진 수많은 증상과 질병을 돈벌이로 보는 여러 가짜의학정보와 건강식품들을 잘 피해서, 가능한 전문가와 의학논문에 기반을 둔 자료를 접하시길 바란다.
발화자의 이력을 살피고 만병통치약과 같은 비법들을 모두 걸러내기만 해도 한결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은 안전하고 신뢰할만한 가이드라는 점에서도 그 가치가 크다. 수록된 심리 검사지는 혼자 해볼 수 있으니 상담과 치료에 관한 생각과 판단에 도움이 될 것이다.
안전해야할 집이, 생존의 기반이 되는 사회가, 법적 지위와 권한을 보장하는 국가가, 에너지와 식량의 유일한 제공처 자연환경이, 필요한 만큼 안전하지 않아 보인다. 유일한 의지와 희망은 타인을 도우려는 분들과 서로의 연대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범불안장애는 특별한 상황이나 사건이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일을 과도하게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질환을 뜻합니다.”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오히려 지금 여기의 현실과 나 자신이 잘 보이지 않는다. 혼자 생각에서 빠져나와 텍스트로 기록된 증상을 읽고 검사지를 활용하며 증상과 질환으로부터 거리를 조금 넓히자. 그 간격을 호흡한 공간으로 삼자.
“'예기불안'은 공황발작을 다시 경험할 것을 예상하고, 작은 신체적인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이런 변화가 공황발작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변함없이 가볍고 친절하고 신뢰할 수 있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