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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 제2회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대상 수상작 ㅣ 넥서스 경장편 작가상
권석 지음 / &(앤드) / 2022년 8월
평점 :
청소년 문학은 교훈보다 우선 재미라고 생각하는 얄팍한 독자이다. 경험상 청소년들의 반응이 훨씬 더 직설적이기 때문이다. 특별히 상상력이 뛰어난 청소년 독자가 아니라면, 재미와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이야기는 읽지 못한다.
이 작품은 우리 집 십대들에게 권하기에 마음이 가벼운 작품이다. 일단 재밌고 조금 놀랄 만큼 현실적인 배경이지만 성장 소설에 기대하는 노력과 성장의 감동이 있다. 물론 주인공이 일등하고 성공하는 그런 통속은 아니다.
오히려 선입견과 고정관점을 살짝 건드려주고, 성장하느라 아프고 힘든 청소년들에게 거듭해서 격려와 위로를 전한다. 드마라틱한 아버지에 대한 서사는 욱이가 성장하면서 배울 중요한 것이 기록 단축과 수영 기술만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하는 좋은 장치이다.
아버지는 만날 수 없지만, 아버지의 육필 기록인 일기를 통해 가르침을 받는 장면은 다시 읽어도 뭉클하다. 글쓰기와 기록의 가치와 힘에 대해 청소년 독자들이 기억해주면 좋겠단 생각이 많이 든다.
청소년의 가치와 어른들의 가치가 충돌하는 장면도 익숙한 듯하지만 매번 부끄럽고 아프다. 우리가 정말로 중요하게 여겨야할 것은 무엇일까. 현실의 어른들도 어린이들과 청소년들과 좀 더 공개적으로 대화도 하고 토론도 해야 하지 않을까.
“고생하면서 생각이 바뀌고 그러면서 나를 알게 되고 세상을 이해하게 되지. 그게 인생을 잘 사는 법이야.”
청소년들이 고생을 하지 않으면 제일 좋겠다. 모험과 시도와 배움이 되는 자잘한 실패들만 경험하며 안전하게 성장하면 좋겠다. 하지만 어떤 계획도 그 누구도 100% 보장할 수 없는 것이 세상살이고 인간관계이다.
그러니 부디 저자의 문장처럼 고생하더라도 생존하기를. 한 시절이라도 지치도록 하고 싶은 것들을 이루기 위해 힘써보기를, 성장한 자신이 타석을 삼은 어른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바르고 멋지다고 느낄 수 있기를 응원한다.
마침 어제 읽은 뇌과학 책에서 뇌세포는 90대까지도 재생된다는 것을 배웠다. 참 다행한 일이고 시사한 바가 반갑다. 우리는 계속 새로워질 수 있고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미처 인지하기 전에 몸의 반응만으로 레이스를 추가로 펼친 귀여운 욱!
“너는 아직 미완성이야. 그게 네 가능성이다.”
이렇게 말해주는 감독님이 계셔서 욱이의 서사가 물처럼 시원하고 아름답게 완성된다고 느꼈다. 본인의 방향과 속도를 찾고 있는 청소년 독자들에게, 아직 찾지 못해 힘겨워하는 어른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푸르른 소설이다.
“인생은 여행과 같다고 하잖아. 살아 보니 그 말이 맞는 거 같아. (...) 여행의 참맛은 어딘가로 가는 여정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