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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1 - 축하한다 세상아! 내가 왔어! ㅣ 아테나 1
엘린 에크 지음, 기영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평점 :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
책 속 프로젝트의 내용이 몹시 궁금하다!
인간이 이제까지 밝혀낸 사실은 실제로 아주 적다.
모르는 게 많아서 기후 위기 상황을 잘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도 있고
모르는 게 많으니 뭐라도 노력하면 예측 못한 좋은 결과가 생길 거라는 낙관도 있다.
기후 비상의 시대, 영향은 이미 곳곳에서 가뭄과 화재로 진행 중이다.
매일 목격하면서도 겁도 안 내고 열심히 대책을 세우지도 않는 것같아
현재도 미래도 문득 몹시 두렵고 불안해지는 시절이다.
겨우 사진만 찍고 미래사람 어린이에게 책을 드렸다.
아테나가 전쟁과 지성 모두를 상징하는 여신이라는 점에 대해...
새삼스럽게 생각해본다.
‘삐삐’ 덕분에 스웨덴 문학에 익숙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스웨덴 청소년 문학을 경험한 일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읽지 못해도 스웨덴어로 적힌 원제가 반갑고, 얼마 안 남은 듯한 기후비상과 인류멸종을 막는 이야기가 위로이다.
그리스 신의 이름이지만, 캐릭터는 북유럽(?) 스타일이다. 아시아에서는 다소 낯설 사회 운동가였던 조부모와 페미니스트 부모의 캐릭터들도 재미있다. 특히 할 말 하고 자기 생각이 강하고 행동력이 있는 아테나는 외롭고 슬프고 힘들어서 ‘지클’, 지구를 살리자는 환경운동모임을 만들어 활동한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전개일 지도.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느니, 아는 게 병이라느니, 여자가 똑똑하면 재수 없다느니, 암탉이 울면... 등등을 경험해본 적 없는 아테나는, 자기계발서와 육아서를 통해 한국의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에게 길러주고 싶어 하는 자부심과 당당함과 똑똑함을 갖추고 있다.
끈질기면 이기는 거다, 외부와 타인의 영향을 거부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한 덕분에,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이 이루어진다. 이 모습은 스웨덴의 유명한 동화 <말괄량이 삐삐>의 주인공 삐삐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70세 이상의 스웨덴인이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는 사실이 잘 안 알려져 있어요. 분리수거를 가장 덜 하고 비행기는 가장 많이 타고, 고기는 우걱우걱 먹어 대면서 유기농 식품은 가장 덜 소비하는 연령층이에요.”
한국의 십 대에게 한국의 어른들은 어떻게 보일까. 먹방을 상품화하고 과식을 즐기고 보양식이면 뭐든 먹어치우고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아무데나 버리고 일회용품을 소비를 자랑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고 단체여행으로 남의 동네를 망치기도 하고 자연에 대한 감수성은 없고 돈 많이 벌라는 얘기나 하는... 혹시 이럴까?
이렇게 쓰면서도 모임에서 언제나 초콜릿 케이크를 먹는 게 부럽다. 휴가 핑계로 생일에만 먹는 초콜릿 케이크를 하나 사먹을까...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씩씩하게 동생들도 잘 돕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생각을 기록하고, 문제가 생겨도 어른에게 도움을 청하기 전에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보고, 구체적인 안건을 잘 설명해서 현실을 바꾸는 대단한 아테나이다. 울고 떼쓰는 게 아니라 정확히 알고 지적하는 모습이 멋지다.
환경문제 이외의 현실적인 문제들도 등장한다. 학교생활의 면면도 사실적으로 묘사되고, 우정과 로맨스도 있다. 표지 사진만 찍고 먼저 읽겠다고 한 십대의 호기심에도 무겁지 않은 재밌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재밌으면 글도 쓰지 그러니...
기후비상의 시절에 지금의 어린이들이 너무 거대하고 절망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많은 고생을 안 했으면 더 좋겠는데... 미안하다. 잘 하는 일도 없으면서, 나이를 이유로 십 대들을 동료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어른들의 주장이 몹시 부끄럽다.
나도 무기력에 주저앉지 말고, 후원도 더 하고, 지자체나 중앙정부에 제안할 기회를 미루지 말고, 먼저 애쓰는, 함께 애쓰는 이들에게 더 자주 감사의 인사를 해야겠다. 내가 못한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니까. 시리즈 1권이니 2, 3권엔 어떤 활동이 펼쳐질까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