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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우 시티 멜로우 팝 - KIMKIMPARKKIM’S KOREAN MELLOW POP LP GUIDE 100
김김박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2년 8월
평점 :
<멜로우* 시티 멜로우 팝>에 소개된 100곡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 주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uqwHzyddznTM42qxhv8By0yfvAuLuIs
! 책날개의 QR 코드로도 간편하게 들을 수 있다.
* Mellow의 사전적 의미는 ‘부드럽고 풍부한, 그윽한’이다. 한국팝의 멜로우한 시절, 1980-90년대 음악을 진지하게 듣거나 좋아한 이들이라면, 설명 없이 알아들을 느낌이다. 프로그램 타이틀마저 얼마나 mellow 했나, ‘별이 빛나는 밤에’... 그래서 음악을 듣는 밤이 완벽했다.
mellow의 속어적 의미에는 ‘마리화나를 피운 뒤 기분 좋은 상태‘가 있다. 이 책에 실린 100곡을 들을 수 있는 링크를 열어 플레이 해두고 이 책을 넘겨보는 시간 내내 내 상태가 좀 그랬다. 시절에도 추억에도 소위 취할 수 있다. 각성 뒤 현실은 더 고약하지만.
휴가를 휴가답게... 할 일 따위 없이 쉬고 싶다. 이른 아침부터 긴급 상황도 아닌 일로 어찌나 분주했던지 품위 있게 살고 싶단 꿈을 버릴 뻔했다. 잠시 만나 도움을 준 처음 본 분이 후광이 비칠 정도로 우아하고 친절한 성품이 느껴지는 분이라 진정이 되었다.
100곡을 만나다보면 마음이 싸르르 탈이 난 것처럼 반응하는 곡들이 있다. 사실 시간여행은 고래로 늘 가능했다. 음악만 들으면 그 시절로 갈 수 있으니까. 이 글에 올리는 사진들은 오래 잊었던, 듣지 않았던 곡들 몇 개다.








여행 동아리인줄 알고 방문한 이들과 스케치 동아리인줄 알고 온 사람들이 모여 음악을 하던 ‘여행스케치’, 그 사연 때문에 더 사랑했고 가끔 ‘동물원’의 곡들과 헷갈리기도 했다. 이상은 가수는 ‘동그라미’하면 떠오르게 뭐냐고 진행자가 물었는데 ‘비누방울’이라고 대답해서 아주 좋아했다. 그때도 지금도 삐딱하고 사소한 이유들에 휘둘린다.
내게 치명적인 멜로우 음악들을 한 번에 소개할 체력은 없다. 샾#이 네 개 정도는 기본으로 붙은 유재하의 곡들을 고등학생 때 매일 피아노로 연주해본 듯하다. 작년인가... 다시 연주해보려 했더니 마치 전생에서 배운 듯 손가락이 굳어서 충격을 심하게 받았다. 다시 연습해볼까...
저자들이 곡의 순서를 정한 것에는 당시의 멜로우한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충실한 독자/청자라면 순서대로 듣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일단 플레이 하긴 했는데, 안 들리는 것, 남지 않은 곡들이 있어서 순서대로 들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좋아했지만 다 잊어버린 곡들이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레트로이겠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시절의 기록이자 한 때 자신의 감성을 이루던 실체들일 것이다. 백 곡 중에서 수집해서 믹스 테이프를 만들고 싶은 곡들을 찾을 지도!
격렬하게 짜증났던 오전의 보상처럼 듣는다. 휴가에 떠나는 여행은 공간의 이동만이 아닐 수도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을 한다.
여러 계절이 담겨 있지만 지금은 겨울이 너무나 그립다. 우수수 서늘한 바람소리가 들리는 가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불타는 지구 위에서 살아갈 얼마 남은 지 모를 삶이 살아 온 시간을 더 길게 아득하게 늘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