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 우린 이 노랠 듣지 - 20세기 틴에이저를 위한 클래식 K-POP
조윤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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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뒤늦게 새로 만나는 음악에 기대가 컸다. 결과적으로는 뜻밖에도 어휘를 많이 얻었다. 나도 듣고 썼겠지만 잊고 살기도 했고, 혹은 다른 누군가의 감성이 담긴 표현들... 신기하게도 시대의 감성이 단어들에 잔뜩 묻은 것을 체감했다.


그렇다고 모두 독특하고 특별한 단어들은 아니다. 그저 내게 그렇게 느껴지는, 평범하지만 더 이상 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일상과 단어들이 많다. 


하교길, 삼삼오오, 노래방, 카세트테이프, 공테이프, CD, mp3, 레코드가게, 브로마이드, 마이마이, 앨범, 신보, 드림 콘서트... 이런 걸 다 경험한 세대였다니... 새삼스럽다. 


“모아둔 용돈의 대부분을 새로 나온 카세트테이프를 구매하는 데 썼고, 그저 책만 가득했던 책장의 한 칸을 아예 비워 앨범을 정리해 두기 시작했다. 책장의 한 칸은 오래지 않아 두 칸이, 금방 세 칸이 됐다. 최애 앨범은 때마다 나오는 신보에 맞춰 비교적 자주 바뀌었다.”


처음 듣는 노래들에서는 나의 라테 감성이 일어나지 않지만, 이런 어휘들에 반응을 한다. 추억에는 그리운 친구들의 모습도 있다. 무려 교복 입은 모습들도. 왜 갑자기 허기가 지는지... 몇 십 년 만에 분식집 양념과 기름 냄새가 확 끼쳐온다.  


혼자서 알아가기에는 자료가(?) 모자라서 친구들 몇 명에게 물어 보았다. 어쩌다 설문 조사처럼 진행되긴 했지만... 제키 팬들이 적지 않았구나, 거미는 처음부터 노래를 그렇게 잘 했다고, 윤미래는 역시나 열렬 경배한 팬들이 있는 존재구나.




십 대를 기억하면 상당히 쿨한 편이었다고 생각하는데 - 미화되었음이 분명 - 실제로는 아주 말랑한 감성들이 분명 있었던 시기였다. 시처럼 느껴지는 가사도 적지 않았고, 그래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일도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가사 없는 곡이 더 편한 지금과는 많이 달랐다.


저자이자 작사가인 조윤경님도 가사를 메시지와 동일시하고, 인용을 통해 추억과 풍경을 되살린다. 그 기록이 이 책이기도 하고. 가사에 대한 비하인드를 읽을 수 있어 재밌고 이해가 가니 공감도 늘었다.  


“어느덧 서른을 넘긴 현대 직업여성으로 진화했지만 <I'm Your Girl>을 비롯해 그 시절 아이돌들의 데뷔곡을 떠올리면 유난히 마음이 포근해진다. 연차가 쌓일수록 점점 더 멋진 곡을 들고 나왔고, 무대 완성도도 높아졌으나 데뷔곡만이 주는 특별한 느낌이 분명 있다.”


박정현이 데뷔했을 때, 가사 전달이 안 되는 발성으로도 노래를 너무 잘해서 무척 좋아했던 기억도 난다. 친구들이 놀렸던 거 같기도 하고. 노래방에서 몇 번 따라 불러보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노래방 간지도 오래. 가도 별 재미도 없긴 하지만. 늙었다...




학교 선생님도 아이돌도 좋아해본 적이 없는 심심한 성장기를 보냈지만, 그래도 누군가를 좋아했던 모든 일들이 당시의 우리를 버티게 해주던 일이었다는 것을 안다. 실체 없는 희망도 꿈도 바람도 우리를 버티게 하는데, 재능 있는 사람들은 더 확실하게 의지가 되었을 것이다.


부끄러웠던 현대사의 한 장면, 어른이라는 작자들이 학생들을 괴롭히고 울리고 폭력을 가하던 시간에 교정에 울리던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다 잊고 살다 떠올라서 눈이 시큰해진다. 음악의 힘... 이 책에 실린 노래들을 좀 더 오래 들어봐야겠다. 알면 사랑하게 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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