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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한국사 - 나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역사 공부 ㅣ 사계절 1318 교양문고
심용환 지음 / 사계절 / 2022년 5월
평점 :
방학을 맞은 십 대들은 아직 책을 들지 않고, 먼저 읽자고 한 친구들도 책을 두고 휴가 중이다. 다 이해되니 나 혼자 재밌게 읽고 기록을 남긴다.
제목에 ‘친절한’과 부제에 ‘나의 관점에서 시작하는’이란 표현을 그냥 넘기지 마시길. 기록, 해석, 암기가 아닌 관점을 가져보거나 키워보라는 친절한 제안이 담겨 있다. 그러니까 남들이 주장하는 대로 말고 일단 의심하고 다르게 생각해보는 반항과 저항이 필수다.
“수많은 역사 이야기 속에서 상상을 하고 창조력을 얻어가는 과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대충 생각하지 말고, 꼼꼼히 의심하고 되물어보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심용환 저자는 십 대를 위한 책을 만드셨지만, 현실을 망치는 건 법적 성인들이라서, 역사 교육과 학습이 더 필요한 존재는 나를 포함한 우리들이라 믿는다. 개개인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를 살펴서 지혜를 얻지도 못하고 미래를 걱정할 물리적 정신적 여유도 찾지 못하니 희망은 교착 상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 보이지 않는 모든 것들이 수많은 이들이 함께 어울려 만들어낸 세계이다. 그 연장선에 우리가 살고 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이 미래를 만들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순전한 독립, 자립, 개인이란 존재할 수 없다.
공동체주의를 강조하자는 것도 아니고, 개인주의를 더 무시하자는 것도 아니다. 존중은 적고 외로움이 큰 것이 문제이다. 답을 찾기 어렵고. 답을 안다고 뭘 할 수 있나 싶은 갑갑한 질문들이 이어진다. 어쩌다 여기에, 왜 이렇게. 언제부터, 어디로 가고 있나. 혹은 이미 늦었을까.
일어난 일, 사건을 기억하는 방식은 입장에 따라 다르다. 그런 갈등을 문명인답게 다뤄보라고 정치가 존재한다.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 죽이는 대신. 그런데 공격성을 부추기고 역사를 편이대로 잘라 기억을 조작하고 원하는 스토리를 생산해서 제게 유리한 싸움의 무기로 쓴다.
“역사 용어는 감정싸움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생각합니다.”
신중하게 성찰하고 이해하자는 ‘역사적 사건은 해당 시대의 가치와 밀착되어 있어 시대가 변하면 해석도 달라진다’는 통찰을 오용해서 갈라치기를 하고 제 이익을 도모한다. 시행착오를 거쳐서만 학습하고 성장하는 일을 모욕하고, ‘낡음’ 프레임에 가둔다.
“역사 용어는 과거의 사실과 미래의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가장 적합한 해석을 도출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할 수도 있는 상호이해를 못하도록, 상대의 진실을 부수고 조롱하고 공격하고 제 진실이 유일한 것이라 협박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적개심만이 폭풍 성장한다. 이제 ‘진실이야말로 이데올로기(카를 만하임Karl Mannheim)’인 현실을 본다.
“역사 공부는 지식의 상대성을 인식하는 기회를 줍니다. 내 생각은 결국은 통념에 불과하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안다고 생각한, 익숙한, 심지어 누군가들은 지겹다고 한 역사 사건들도 모르는 상세 사항들이 많고, 새로 밝혀진 것들도 있다. 지식정보를 다 알아도 무척 둔감했던 정서적 반응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져보는 기회이기도 하다.
국가/사회적 차원에서 역사공부를 제대로 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지도 모를, 혹은 덜 폭력적이고 잔혹했을 일들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악몽처럼 반복되고 있다. 공공연히 칼빵이나 총질을 들먹이는 한국 사회 내부의 폭언 공격들은 말할 것도 없다.
“시간과 공간을 잇는 것은 지식의 힘입니다.”
아쉽지만 마법도 비법도 지름길도 없다. 공부하고 생각하고 질문하고 고민하고 토론하고 논쟁하고 대화하고 공론화하고 정책을 만들고 법을 만들어 고쳐나가는 수밖에. 부디 인류 문명에게 시행착오를 거듭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남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