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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나와 결혼할까? - 매일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응원해
후이 지음, 최인애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7월
평점 :
“조용히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이렇게 물어보세요. 나라면 나와 결혼할 수 있을까?”
질문을 받으면 어떤 답을 하게 될까요. 저는... 할 수는 있지만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게 대답입니다. 절대 못할 상대는 아니지만 굳이 결혼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무슨 이유로든 기혼 상태로 살겠다는 선택이면 모를 일입니다만.
실은 이 질문은 자신에 대해 스스로 어떤 평가를 하는지를 묻는 말이겠지요. 저처럼 즉각 대상화를 편하게 하면 안 될 듯. 자기 비하가 없어야 한다는 말은 살면서 자신이 만나는 상대 역시 그런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일까요.
어쩌면 전혀 다른 방향으로 달리는 오독일지 모르겠지만, 오래 전 인기가 높았던 어느 드라마 생각이 납니다. 친구들과 만날 때만 봤는데, 남자 주인공 별명이 ‘쓰레기’였습니다. 여주가 좋아했지요. 설정이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쓰레기’라고 불리는 사람을 어떻게 좋아하나요.
목차에 ‘품위’라는 단어가 등장합니다. 갖추고 싶어도 도무지 그렇게 살게 두지 않는 방해요인들이 줄줄이 원망스럽습니다. 자발적으로 읽지 않아도 기막힌 소식을 다 들리는 뉴스/기사를 전해 들으며, 저급한 싸움질에 눈이 질끈 감깁니다.
“반성할 줄 알고, 예의를 지킬 줄 알며, 쉽게 흥분하지 않고, 자기 고집에 매몰되지 않는다. (...) 적절하게 행동하고 (...) 선의와 타인에 대한 존중으로 가득하다.”
단 하나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굳이 저급함을 즐기며 살 이유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줄 사람은 과연 없을까?”
저는 ‘있는 그대로’가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부터 그대로인 상태인가요. 매일 다른 삶을 살며 매일 달라지는 게 자연스러운데, 현재보다 조금이라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줄이고 자신에게도 더 바람직한 사람이 되어보려 애쓰지 않는다는 건가요.
“도와줄 수 있으면 돕고, 도와줄 수 없으면 그 자리를 떠나라. 남의 힘든 모습을 구경거리로 삼거나 더 번거롭게 만들지 마라. 다른 사람의 하늘이 무너질 때 받쳐줄 수 없다면, 그저 눈 감고 못 본 척하는 게 도와주는 것이다.”
일견 무척 냉정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다 힘든 사람 더 힘들게 하는 수많은 경우들이 생각납니다. 도우려다 서툴러서 그런 것도 아니고, 분명한 악의를 가진 이들도 없지 않습니다. 사정이 확실히 밝혀지기 전, 판결이 나기 전, 진실이 드러나기 전 수군거림도 좀 멈췄으면 합니다. 타인의 불행이 그렇게 재미있나요?
휴가라 여유롭게 지내는 건 좋은데, 몸도 머리도 열이 내린 것도 좋은데, 덕분에 본의 아니게 사람들 수다가 잘 들립니다. 산책길에 소름 끼치는, 진저리쳐지는, 구역질나는 얘기를 골고루 들었습니다. 묵언 산책 이런 건 언제 유행하나요?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 위안을 받는 품위 있는 관계는 서로 선을 지킬 때 이루어지고 오래 유지된다.”
오독을 조금이라도 해명하며 마무리하자면, 이 책은 나 자신을 잘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 맺기에 관해 다각도로 살펴보자는 현실적인 조언들 쉬운 문장들로 제공하는 심리학에 기반을 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