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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위로 - 사랑과 위로과 격려의 감성 시집
최명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22년 6월
평점 :
컬러 시집은 처음이다. 제목처럼 색과 빛이 가득하다. 목차를 보고 가장 먼저 읽고 싶은 제목의 시를 골랐다. 큰 의미는 없고 그저 오랜 버릇이다. 이끼가 끼도록 한 자리에 오래 잠겨서 꿈쩍도 않고 있고 싶다. 지쳤다. 피곤해.
넓은 돌 하나
물속에 잠겨 있다
고운 이끼가 낀 채
왠지
꿈꾸는 것처럼 보인다
[물에 잠긴 돌] 일부
제목이 곧 정체성을 말해주는 시집과 시인이다. 시인은 빛을 선택했다. 생각과 시어를 모두 빛으로 느낄 수 있도록 오래 가다듬었을 것이다. 선을 정확하게 긋고 “거기엔 가지 않아...” 무척 단호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문밖의 네가
꽃처럼
물을 사랑하고
햇볕을 사랑하고
바람을 사랑하고
먹구름과 어둠까지 사랑하길 바랐지
(...)
꽃이 피길 바랐지
문이 열리길 바랐지
네가 오길 바랐지
[기쁜 날] 일부
덕분에 기억도 안 나도록 간만에 밝은 빛이 가득한 세계에 머물렀다. 노란색이 아니라 황금빛, 내가 좋아하던 황금빛은 뭐가 있었을까 기억을 뒤져본다. 어릴 적 한복의 금박... 신라왕조의 왕관... 별 기억이 없네.
Sunset in the Mediterranean is a photograph by Alexey Stiop
시인은 일상과 자연을 떠나지 않고 시와 위로와 황금빛을 찾아 담아 주는데 나는 먼 기억과 먼 장소만 떠돌고 있다. 많은 보살핌과 사랑을 받았는데 넉넉하게 만들어 남들에게도 잘 주고 살지 못한다. 재료를 낭비하는 기계가 된 기분... 어딘가 고장이 난 것일까.
내 길에 스며드는 추위에 몸서리치며
살얼음 낀 징검다리를 건널 때
냇가에 서서 손을 모으고
조심하라고 속삭이던
그대들을 기억한다
[억새 핀 길을 걸으며]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