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에 이름을 붙인다면 보통날의 그림책 1
마리야 이바시키나 지음,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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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름이 왜 필요해졌을까 갸웃하며 책을 펼칩니다. 차분하게 번지는 색감은 기억 속 풍경처럼 아늑합니다. 색감이 거리감이 되거나 시간의 깊이를 보여주기도 하는군요. 선명해 지기에는 도착지가 멀었다는 기분 좋은 긴 여행 같습니다.

 

혹은 겨울일까요. 휴양지에서 생활공간으로 바뀌는 계절, 관광객과 여행객도 떠나고 생활인들만 남은 계절, 요란하지 않은 것들만 남은 계절, 소란스러움이 걷힌 마음의 계절, 어쩌면...

 

외국어는 언어 이상의 기능이 있습니다. 익숙하게 전달되는 진동이 아니라서.. 일까요. 울림이 새로우니 정신 새로운 부분이 깨어납니다. 인간의 언어를 몰랐던 시간처럼, 인간인 줄 몰랐던 어리둥절한 태초의 시간처럼.

 

언어가 사유라면, 새 언어는 새로운 여행과도 같습니다. 익숙한 것, 아는 것, 잘 하는 것, 잘 아는 사람, 알고 있다고 믿은 자신을 떠나보는 것, 대신에 지구에서 태어났다는 것, 지구가 집이라는 것을 기억하는 여행.

 


낯선 언어와 풍경이 확장해주는 상상의 세계에 몸이 반응합니다. 심장이 조금 더 세차게 뜁니다. 여전히 하지 못한 경험, 배우지 못한 언어, 새로운 낯선 감정들이 뒤척입니다. 다시 살고 싶어집니다.

 

그림책이지만 팔락팔락 넘길 수는 없습니다. 무척 안심이 되는 걸림돌들이 처음 보는 단어의 모습들로 반기고 있습니다. 새 프로젝트 시작...

 

스트라이크히도니아strikhedonia

일을 다 끝마쳐서 더는 그 일을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기쁨

strike + hedonism의 결합인가! 고지식하고 정직한 영국인들...


크렉craic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기분. 가장 편안한 사람들 속에 있어야 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히라이스heraeth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에 대한 그리움.

 

쿠리coorie

몸을 웅크린 채 구석에 누워 있는 것. 안락하고 따뜻한 느낌

 

페른베fernweh

아득히 먼 곳에 이끌리는 마음.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곳에 대한 동경.

 

토아슈루스파니크torschlusspanik

잃어버린 기회와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두려움.

 

블루슈트페르틀리blueschtfaertli

차를 타고 가면서 꽃구경하기. 활짝 핀 봄꽃을 보려고 속도를 줄여 차를 천천히 모는 일.

 

발트아인잠카이트waldeinsamkeit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 나무들 사이에 홀로 서 있을 때 지구에 남은 유일한 사람이 된 기분.

 

슈투름프라이sturmfrei

아무도 지켜보는 사람 없이 집에 혼자 남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게보르겐하이트geborgenheit

완벽하게 안전한 기분. 따뜻한 보살핌을 받으며, 믿음과 사랑을 나누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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